경제 · 금융

미 호황·일 침체 ‘지속’/올해 세계경제 전망

◎미,저성장 통해 불황방지전략 성공적 구사/일,새예산안·개혁조치도 경제회복엔 “미흡”【뉴욕=김인영 특파원】 세기말을 맞아 세계 경제구조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80년대 일본의 추격에 밀려 침체상태에 빠졌던 미국경제는 6년째 장기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의 패권을 장악하고 있다. 이에 비해 두번째 경제력을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 장기침체의 늪에 빠진채 아시아경제의 침체를 초래하고 있다. 세계의 경제학자들은 90년대 들어 지속되고 있는 미국 주도의 세계 경제는 97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 의장은 미국 경제가 30년만의 최적 상태라고 평가했고, 미국의 경제학자들은 「열반의 경제(nirvana economy)」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메릴린치 증권의 선임경제자문인 브루스 스타인버그씨는 『(경기가) 악화될 가능성을 발견할수 없고, 과거 경기순환 과정에서 지금과 같은 상태를 보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의 학계는 97년에도 GDP 성장률 2.0∼2.5%, 인플레이션율 3.3%, 실업율 5.4%, 장기 이자율 6.5%를 달성, 96년의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저성장을 통해 고도성장이 가져올 거품, 즉 불황을 미연에 방지한다는 미행정부와 FRB의 정책이 미국 경제의 장기호황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일본 경제는 새해에도 침체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희미하다. 구랍 30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일본 엔화에 대한 미국 달러화의 환율은 3년반만에 최고치인 1백16.2엔을 기록했다. 지난해말 일본정부의 경제개혁조치와 예산안이 일본 경제를 회복시키기에는 부족하다고 외환딜러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지에 따르면 80년대 미국땅에 진출한 혼다 자동차, 소니 컴퓨터등 일본 현지공장들이 속속 본국으로 돌아가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석학 레스터 서로우교수는 근작 「자본주의의 미래」에서 사회주의 경제권이 몰락한후 세계 경제에 새로운 게임, 새로운 법칙, 새로운 전략이 태동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동서냉전 시절 자본주의 진영의 맹주였던 미국은 소련붕괴후 기존의 경제 원론을 새로운 형태로 변형,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만들고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다. 로버트 루빈 미재무장관은 미기업인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밖으로는 일본과 유럽 경제를 지원하고, 안으로는 인플레이션과 이자율을 낮춰 경제를 안정시킨다는 논리로 내세워 달러 강세를 주도하고 있다. 보잉과 맥도널 더글러스, 체이스은행과 케미컬은행의 합병에서 보듯 미기업들은 상대기업을 먹기 위해서가 아니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합병을 단행하고 있다. 미국 전국노동조직 AFL­CIO의 존 스위니회장은 『기존의 파이를 나눠먹던 것에서 나눠먹을 파이를 키우는데 협력하는 방향으로 노동운동을 전환하겠다』고 공언했다. 세계경제의 틀에서 사회주의자들이 지적했던 자본주의 모순과 자본주의 경제가 만들어냈던 상식이 21세기를 앞두고 변형을 거듭하고 있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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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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