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도 核 비선제공격 정책 지구촌 귀중한 선례될 것

(LA타임스 신디케이트=본지특약) 최근 아시아 지역에 전쟁의 구름이 드리워져 있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것이 핵전쟁일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 적어도 대상 국가가 인도라면 말이다. 지난 1998년 핵무기 개발에 착수하기 전부터 인도는 선제공격을 당하더라도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주장해왔다. 핵무기는 핵공격에 대한 보복 수단으로만 사용할 것이며 적국이 먼저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수를 쳐서 핵무기를 쓰지는 않겠다는 것. 1998년 인도가 지하 핵실험을 전격 단행, 파키스탄이 뒤이어 핵개발에 나서는 결과를 낳으며 전세계적으로 혹독한 비난을 받았던 사건을 돌이켜 보자. 당시 미국의 주도로 인도에 대한 항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인도는 접경국가인 파키스탄과 카슈미르로부터 위협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에 자국의 안전보장을 위해 그런 행동에 나선 것이었다. 지난 수년간 핵 비선제사용 방침을 고수해 온 인도는 이제 핵을 보유했다는 비난 보다는 신중한 핵 관리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고 있다. 최근 인도는 핵무기를 관장할 핵사령부(NCA)를 신설했다. 핵사령부는 총리가 위원장을 겸임하는 정치위원회를 산하에 두고 핵 사용 승인권을 이 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다. 위원회의 승인 없이 핵무기가 사용되거나 사고로 인해 핵공격이 발생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 핵사령부의 설립 목표다. 이 같은 인도의 정책이 전세계적으로 받아들여질 귀중한 선례가 될 것이라는데 논란의 여지가 없을 듯 하다. 간단한 논리로, 핵을 보유하고 있는 그 어떤 국가도 이를 먼저 사용하지 않는다면 핵이 사용될 일은 전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미국이 파키스탄과 같이 핵선제 공격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 일이다. 미국은 이를 부끄러워해야 한다. 미국의 접경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는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미국에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미국은 지구를 핵위험에서 벗어나게 하는 대신 핵확산의 길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국가안보에 정말 위협이 되고 있는 것은 비열한 테러리즘이지 핵공격이 아니다. 미국에게 무엇이 위협이 되고 있는가? 심지어 중국조차도 현재로서는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장거리 미사일은 미 동부지역에 조차 사정거리가 닿지 않는다. 미국의 도덕적 리더십의 이 같은 실패는 전세계에 핵보유 바람을 불어 일으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인도, 파키스탄 외에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도 핵을 보유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주만 해도 브라질 새로운 좌파 정부의 한 고위관료가 공개적으로 핵보유 필요성을 제기해 미국과 다른 핵보유국들을 놀라게 만들었다. 지난 9일 북한은 미국이 한반도에서 핵전쟁을 하려 한다며 미국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미국인들에게는 이 같은 주장이 억지로 들릴 것이다. 그러나 미국 핵 시대 평화 재단의 핵확산금지 전문가인 리처드 포크와 데이비드 크리거는 “미국이 핵 확산의 위협이 종식되기를 원한다면 스스로 나서서 자신을 포함한 전세계에 핵무기를 제거하기 위한 협상을 제안하고 이를 이행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이렇게 하기 전까지 우리가 희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인도가 실행하고 있는 신중한 핵 억제 관리 정책이다. 아시아 국가들에 관한한 인도의 이 같은 훌륭한 자세가 지정학적 현실 뿐 아니라 정책까지도 명료하게 끝까지 이행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 <톰 플레이트 UCLA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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