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관계는 좋다가도 나빠지고 나빴다가도 좋아지는 부부 사이나 마찬가집니다. '노동자를 이해하는 경영자'라는 의미의 노경(勞經) 개념을 처음 도입하고 국내 최초로 노조의 사회적 책임을 선언하는 등의 노력이 인정을 받은 것 같아 기쁩니다."(장석춘 전 한국노총 위원장)
지난 2008년부터 3년간 한국노총의 수장으로 일한 뒤 현재는 대통령실 고용노동특별보좌관으로 재직 중인 이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가 정부로부터 금탑산업훈장을 받는다. 도덕적 우월감에만 사로잡힌 기존의 노동운동에서 탈피해 성숙한 노사문화를 가꾸는 데 전력을 기울인 공로에 대한 정부의 화답이다.
고용노동부는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2012년 노사 상생협력, 지역 노사민정협력 유공자' 시상식을 개최했다.
이날 대상 격인 영예의 금탑산업훈장을 수여 받은 장 보좌관은 1981년 금성사(현 LG전자)에 입사한 뒤 10년 만에 노조지부장으로 선출됐다. 그는 경영자가 보이지 않는 벽을 넘어 노동자의 편에서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는 뜻에서 노경 개념을 주장했다. 장 보좌관은 "처음에는 어용이라는 비난도 내부에서 많았다"고 회상했다.
노동자는 선, 사용자는 악이라는 도식적 이분법이 노동계에 만연해 있던 시절이었다. 장 보좌관은 "대화의 폭을 넓혀 서로를 이해하는 한 차원 높은 노사관계로 발전하면서 21년 무분규의 기반이 마련됐고 이때부터 비난의 목소리도 싹 사라졌다"고 전했다.
노경 개념이 경영자의 마인드 수정으로 이어졌다면 장 보좌관이 건강한 노조문화 정착을 위해 도입한 것은 사회적 책임론이다. 지금은 보편화된 기업의 사회봉사 활동, 성금 모금운동 등은 모두 이 당시부터 장 보좌관의 철학에서 싹튼 노조문화였으며 2005년 LG전자 노조는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으로 7억5,000만원을 쾌척하기도 했다.
장 보좌관은 "현장에서의 노동운동은 그만뒀지만 노조 조직률을 끌어올리면서도 바깥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한편 은탑산업훈장은 노조 대표가 임원회의에 참석하는 파격적인 형식을 통해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김영우 신한일전기 대표에게 돌아갔다. 동탄산업훈장은 노동계 최대 이슈인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실천한 서정욱 동후 대표와 노동자의 근로복지 증진에 앞장선 최평림 신흥 노조지회장이 차지했다.
이날 시상식에 참가한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특별한 부존자원이 없는 우리나라가 숱한 난관을 극복하고 경제대국이 된 원동력은 산업현장에서 노사가 힘을 모아 양보와 협력을 실천해온 덕분"이라고 치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