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빈곤문제 EITC가 대안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일을 하고 있지만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빈곤층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스스로 열심히 일을 해도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노령ㆍ질병 등으로 근로능력이 취약해 일을 하지 않는 전통적인 빈곤계층과는 다르다. 이들 계층은 극빈자를 대상으로 하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적용 대상자도 아니고 고용 불안과 저임금의 이유로 국민연금ㆍ건강보험 등 4대 사회보험에서도 거의 누락되고 있으며 국가의 별다른 도움 하나 없이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다. 원론적으로 볼 때 경제성장을 통해 많은 수의 좋은 일자리들을 창출, 근로빈곤층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빈곤층 일자리 구하기 어려워 왜냐하면 이렇게 하면 경제에 어느 정도 부담이 될 수 있는 사회복지를 크게 확대하지 않고도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외환위기 이전까지만 해도 지속적인 높은 경제성장으로 사회복지를 크게 확대하지 않고 근로빈곤층의 빈곤 문제(적어도 절대빈곤)를 상당 부분 해결한 경험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은 상황이 변했다. 우선 과거와 비교해 경제성장이 크게 둔화됐고 또한 우리나라에서도 이른바 ‘일자리 없는 성장(jobless growth)’ 현상과 서비스산업의 비중이 커지면서 노동시장의 양극화 현상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는 특별한 기술이 없는 근로빈곤층이 고용도 안정되고 적절한 임금을 주는 일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이들은 낮은 임금의 일자리에서 일을 하면서도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경제성장만으로는 일하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복지선진국에서의 전통적인 방법으로 근로능력이 있는 빈자가 일을 하지 않아도 현금급여를 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근로능력이 있는 빈자가 일을 해야만 급여를 하는 방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복지 재정이 열악하고 근로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사회복지 급여를 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현시점에서는 후자의 방법이 현실적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정부는 일을 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로자가구에 대해 근로장려금을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ITC) 시행 방침을 밝히고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오는 2008년부터 부부 소득의 합계액이 연 1,700만원이 안되는 근로자가구에 대해 부부 근로소득의 합계액의 10%를 근로장려금으로, 최대 80만원까지 지급한다는 것이다. 도입 초기인 만큼 18세 미만 아동을 2인 이상 부양 해야 하고 주택이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이 붙어 있다. 경제적 어려움이 저소득 근로자 못지않은 영세 자영업자도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있다. 소득 파악이 완전하지 못한 상황에서 처음 도입되는 제도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면서 알차게 운용하려는 정부의 고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적용 대상도 협소하고 지원 금액도 근로 의욕을 제고하기에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첫술에 배부를 수야 있겠는가. 개선의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은 열악한 고용 여건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차상위 빈곤계층의 어려움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시급성을 감안할 때 EITC는 조속히 입법화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소득파악률 제고 등 EITC 확대 시행 여건이 조성되는 대로 점차 지원 대상 및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니 국민들이 관심을 갖고 우리에게 맞는 제도로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EITC는 전통적인 단순한 현금급여복지제도와 달리 저소득 근로자들의 근로 동기를 강화하면서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제도로 최근 일부 서구의 복지국가들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근로능력이 있는 빈자에게 현금급여를 하는 것을 꺼리는 미국에서는 일찍이 도입해 오늘날 일반 국민들이나 정책결정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래서 가장 큰 빈곤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정책시행전 소득인프라 구축을 심지어는 사회복지가 가장 발전된 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에서도 최근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EITC가 스스로 일어서려는 사람들을 도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게 하고 또한 사회 전체의 복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빈곤층을 가장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로장려세제 관련 법안이 국회에 제출됐으니 여야는 정치적 입장을 초월해 신중히 토론해주기 바란다. 정부도 EITC의 성공적 안착을 위해서 소득 파악 인프라를 보다 충실히 하는 등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