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은 미국을 더욱 고립시켜 세계의 반미감정을 치솟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슬람권에서는 물론 프랑스 독일 등 서방의 대미 호감도는 예년에 비해 급전직하했고, 세계는 그 원인으로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지목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46%만이 미국을 우호적인 나라로 평가, 2000년 이후 대미 호감도가 내리막 길에 있음을 나타냈다.
이 결과는 매년 세계여론을 조사해온 미국의 퍼 리서치 센터(www.people-press.org)가 지난달 세계 44개국 3만8,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나왔다.
▲ 대미 호감도
미 언론들은 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대미 호감도가 처음 50% 밑으로 떨어진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였다. 독일이 45%, 프랑스가 43%, 스페인이 38%로 한국보다 낮았다.
특히 스페인 국민 절반 이상이 미국 정책뿐만 아니라 미 국민에 대해서도 호감을 품지 않았다. 조사를 지휘한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은 “50년간 유지돼온 미국과 동맹국간 연계가 약화했다는 것으로 심각히 받아들인다”고 탄식했다.
이슬람권에서 미국의 인기는 예상대로 밑바닥이었다. 요르단과 팔레스타인에서 호감도가 1%에 불과했고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에서도 크게 추락, 반미감정이 아프리카 아시아권으로 그 폭을 넓히고 있음이 확인됐다.
▲ 원인은 부시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다면 이유는 미국의 정책 때문인가 아니면 부시 대통령 때문인가 라는 질문에 세계는 “부시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 목소리는 프랑스와 독일(74%)에서 가장 높았고, 이탈리아(67%) 영국(59%) 등 서방 국가들에서 두드러졌다. 한국은 20%만이 이같이 밝혔고 72%는 미국 정책 탓으로 돌렸다.
이 결과는 프랑스 국민의 85%와 한국 스페인 러시아 캐나다 국민의 70% 이상이 미국이 타국의 국익을 전혀 고려치 않는다며 일방주의를 비난한 것과 무관치 않다.
▲ 자국에서 존경 받는 지도자는 없다
미국에서 가장 존경 받는 지도자는 부시(78%)가 아닌 토니 블레어(83%) 영국총리였고 영국에서는 블레어(71%)보다 코피 아난(72%) 유엔 사무총장의 인기가 높았다.
프랑스에서는 자크 시라크(75%) 대통령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76%) 독일 총리가, 독일에서는 슈뢰더(60%)보다 시라크(84%)와 블라디미르 푸틴(75%) 러시아 대통령이 옳은 일을 하는 지도자로 거론됐다.
요르단 등 5개국에서 9ㆍ11 테러의 주범 오사마 빈 라덴이 존경 받는 지도자로 꼽힌 것은 반미감정의 반사작용인 듯하다.
▲ 한국민의 답변
조사에 응한 한국국민 719명 중 84%가 세계화를 긍정 평가했고, 90%는 무역ㆍ경제관계 확대를 지지했다.
57%는 언론자유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언론자유가 확보됐다는 응답은 13%로 낮았다. 응답자의 55%는 향후 과제로 경제적 번영을 꼽았다.
<이영섭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