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부품 계열사도 직격탄… 삼성그룹 시총 16조 증발

기관 투매로 주가 7.45% 급락…주가 단기조정 불가피 <br>“조정시 저가 매수 기회” 지적도


미국 법원 배심원단이 애플과의 특허소송에서 삼성전자에 불리한 평결을 내리면서 삼성그룹주들이 줄줄이 급락세를 보였다. 하루동안 삼성전자 시가총액 만도 무려 14조원이 줄어들었다.

삼성전자는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 거래일 보다 7.45%(9만5,000원) 급락한 118만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의 하락폭은 지난 2008년 10월 24일(13.76%)가 급락한 이후 최대 수준이다. 주가 하락액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주가는 한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삼성전자 우선주도 7.17% 폭락했다.

기관이 3,359억원 순매도하며 일제히 투매에 나선 것이 삼성전자의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693억원, 1,990억원 순매수수하면서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주가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시가 총액은 지난 24일 187조8,000억원에서 이날 173조8,000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이날 하루에만 무려 13조9,928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우선주 감소분(-1조2,324억원)까지 합할 경우 이날 삼성전자 시가총액 증발분은 무려 15조2,252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약세는 다른 전자 계열사에도 영향을 줬다. 특히 삼성전자에 스마트폰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계열사들이 주가에 직격탄을 맞았다. 삼성전자에 카메라모듈 등을 공급하는 삼성전기는 6.40% 급락했고, 삼성전기 우선주도 4.55% 하락했다. 베터리 등을 공급하는 삼성SDI(-1.74%)와 삼성전자의 지분 4.06%를 소유한 삼성물산(-1.21%)도 약세를 보였다. 주가 약세로 삼성전기의 시가 총액이 4,777억원 줄어든 것을 비롯해 삼성SDI(-1,135억원), 삼성테크윈(-788억원), 제일모직(-148억원) 등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는 계열사들도 줄줄이 덩치가 쪼그러들었다. 이에 따라 삼성그룹 계열사들의 시총은 하루동안 16조원이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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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가 급락은 미국에서의 특허소송과 관련해 배심원단이 애플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평결을 내리면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등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주력 모델의 판매중단 가능성이 제기된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원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갤럭시S3 등 앞으로 현재 주력폰에 대한 소송과 판매금지를 진행할 수 있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관련 기능에 대한 특허 소송에 나설 경우 삼성전자에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며 “브랜드 이미지 손상과 소비자들과 통신사업자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 등 신규 스마트폰의 판매량이 급격히 늘어나며 상반기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하는 등의 호재에 힘입어 올 초 100만원 대 초반이던 주가는 최고 141만8,0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애플과의 특허소송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기관과 외국인을 중심으로 매물이 나오며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허소송 패배로 투자심리는 급격히 위축됐지만 이번 판결로 주가가 100만원 이하로 급락하거나 스마트폰 판매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선태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특허소송은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 1~2년의 긴 기간이 필요하고 그 동안 디자인 변경이나 새로운 인터페이스 적용 등으로 충분히 대응 가능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영향력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등 주력 제품은 이번 소송에서 제외돼 하반기 판매에 문제가 없고, 소비자들도 삼성전자 제품의 하드웨어적 우수성과 가격 등 매력적인 요인에서 구매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삼성전자가 애플의 가장 핵심적인 부품 공급 업체라는 점도 앞으로 특허 분쟁에서 협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지적된다.

단기 주가 조정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강정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애플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3배 이상 확대되며 지난 2011년 8월 이후 최대로 벌어진 상황”이라며 “지난 1년 동안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부문 이익성장과 점유율 확대를 고려할 때 투자매력은 오히려 높아졌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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