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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히포크라테스와 김중수 한은 총재


어디를 가도 '물가' 이야기다. 출근 길에 이용하는 지하철, 버스 등 대중 교통요금은 조만간 10% 이상 오를 것이라고 하고, 단골식당의 인심 좋은 주인 아주머니도 식재료 가격이 너무 올랐다며 점심 메뉴판 가격을 올린 지 오래다. 퇴근 길에 들른 할인매장이나 마트에서는 '통 큰 가격','착한 가격'을 외치며 손님들을 유혹하지만 치솟는 장바구니 물가를 피부로 직접 느끼는 주부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체감물가는 물가지표로도 그대로 나타난다. 6월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올랐다. 지난해 12월 3.5% 상승했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서는 4%대 아래로 한번도 떨어지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연속 4%대를 기록했는데, 이는 2008년 12월 이후 30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상반기 전체로는 전년동기대비 4.3%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 푼 두 푼 아껴 저축한 은행예금의 이자율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이자소득은 오래 전에 마이너스가 됐다. 급기야 정부도 지난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방향을 국민들에게 내놓으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5% 내외에서 4.5%로 떨어뜨렸고 물가는 3% 수준에서 4%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연일 치솟는 물가지표와 데이터를 해석하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의 시각은 보통 사람들의 체감물가와는 크게 다른 것 같아 씁쓸하다. 세계통화기금(IMF)은 물론 골드만삭스ㆍ바클레이스캐피털 등 글로벌 투자회사, 한국개발연구원(KDI)ㆍ한국금융연구원(KIF) 등 연구 기관들이 4.1~4.6%의 물가상승률을 전망하고 있지만 한국은행은 3.9%의 전망치를 고수하고 있다. IMF와 한국은행의 물가전망이 다른 것에 대해서는 "밖에 있는 사람과 안에 있는 사람의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8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에 대해서도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잠이 안 올 지경'이라며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지만 김 총재는 '위험수준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 김 총재는 물가안정을 책임지는 한국은행의 CEO이다. 김 총재와 한국은행이 과거와 현재의 물가수준을 어떻게 해석하고, 향후 전망을 어떻게 예상하고, 어떠한 통화정책을 수립하고, 어떤 기준금리 정책을 내놓느냐에 따라 물가 통제 여부도 결정된다.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경험은 기만적이고 결정은 어렵기만 하다"고 말했다. 김 총재가 과거 경험에 치우치지 말고 현재와 미래 데이터를 예의주시하면서 시의적절한 통화 및 금리정책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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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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