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고공비행을 지속함에 따라 에너지 다소비ㆍ저효율 구조를 갖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 등 선진국보다 같은 양의 상품을 생산하는 데 드는 원유량이 두 배나 많아 유가가 높을수록 원가부담도 눈덩이 불 듯 늘어난다. 특히 유가 상승기에는 원가상승분이 다른 지역보다 훨씬 높아져 물가상승 효과도 더 큰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드레스드너 클라인워트 바세스타인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서부텍사스 중질유 기준) 이상을 지속할 경우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05년에 0.5%포인트, 2006년에 1%포인트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미국의 GDP는 같은 기간동안 각각 0.2%포인트, 0.5%포인트 하락해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물가도 일본은 같은 기간에 각각 0.8%포인트, 0.7%포인트 상승하는 반면 미국은 0.6%포인트, 0.7%포인트 오를 것으로 분석됐다. 유럽연합의 경우 최근의 유로화 강세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상승 요인을 상쇄시켜 물가불안압력이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유가 상승으로 아시아국가들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 위축 및 생산비용 상승 여파가 유달리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과 함께 아시아경제의 기관차로 부상한 중국은 두자리 수에 가까운 고속성장을 지속하며 주요 에너지원인 원유를 물먹는 하마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또 일본도 전체 수출의 45%를 아시아에 의존하고 있어 아시아지역의 수요가 감소할 경우 다른 선진국보다 더 큰 충격에 시달리게 된다.
세계 최대 금융기관인 시티그룹도 2일 “유가 급등세가 중국의 경기 둔화보다 아시아에 더욱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으며 이는 현재의 경기회복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시티그룹은 ‘아시아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아시아 국가에서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성장률이 올라갈 수 있는 나라는 베트남을 제외하곤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