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지난 7월 엔저에 힘입어 3년 만에 가장 좋은 수출실적을 올렸지만 1980년 이후 세번째 규모의 무역적자를 기록했다. 에너지 수입비용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은 19일 일본의 7월 무역수지가 1조24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오일쇼크 이후 가장 긴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해온 상태다.
재무성은 7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2.2% 증가한 5조9,620억엔으로 201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수입 역시 19.6% 늘어난 6조9,860억엔에 달했다고 설명했다.
원전가동 중단 장기화에 따라 화력발전에 쓰는 원유와 천연가스의 수요가 늘어난데다 엔저의 여파로 수입단가까지 올라 무역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커졌다는 게 재무성의 분석이다.
신케 요시키 다이이치생명 리서치센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입물가로 고통 받는 일본 경제에 좋지 않은 신호"라며 "2015회계연도가 시작되는 시점까지 무역흑자를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엔저에 힘입어 수출이 3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무토 히로아키 스미토모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주요 시장인 미국ㆍ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 증가율이 시장 전망치인 13.1%에는 미달했다.
수출증가는 기대에 못 미치고 수입은 예상을 초과하는 일본의 현실은 소비세 인상을 둘러싼 논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내부에서는 내년 4월로 예정된 소비세율 3% 인상에 대해 목소리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자문역인 혼다 에쓰로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18일 "경제상황이 생각만큼 탄탄하지 못하다. 소비세 인상은 급격한 소비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5년간 1%씩 인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반면 교도통신이 17일 공개한 111개 대기업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74개 기업이 재정건전성 강화를 위해 계획대로 소비세를 인상해야 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