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토요 문화산책] 축제 유감

김진동(언론인)

[토요 문화산책] 축제 유감 김진동(언론인) 김진동(언론인) 가을은 풍요롭다. 단풍과 ‘으악새’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먹을거리가 넉넉해 풍요롭다. 뿐만 아니라 가을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은 축제다. 가을은 수확의 계절인 동시에 축제의 계절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만큼 축제 또는 페스티벌이 많은 나라도 드물 것이다. 그것도 가을 한철에 집중적으로 열리는 나라는 거의 없을 듯싶다. 가을에는 축제가 홍수를 이룬다. 하늘이 높고 청명한 날씨 때문인지 추수의 철이어서 그런지 발길이 닿는 곳마다 페스티벌이다.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축제는 이제 하도 많아져서 두 손으로는 셀 수가 없다. 부산국제영화제ㆍ광주비엔날레ㆍ전주세계소리축제ㆍ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ㆍ춘천국제연극제ㆍ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등은 연륜을 쌓아가면서 외국인의 눈길도 끄는 국제적 축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강릉단오제ㆍ북한강수상축제ㆍ대구만화축제ㆍ인천하늘축제ㆍ의정부디지털아트페스티벌ㆍ고양세계꽃박람회 등은 제법 이름을 얻어가고 있다. 세계통과의례페스티벌이나 달서구어르신문화축제ㆍ김제지평선축제 같은 신생축제도 있고 심청제ㆍ논개페스티벌 같은 인물을 주제로 한 축제와 인삼ㆍ송이ㆍ고추ㆍ감귤 등 특산물 축제도 있다. 그야말로 1군 1축제 꼴로 축제가 홍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축제를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건주의로 급조된 축제도 없지 않다. 별의 별 이름과 내용의 축제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축제라고 하기에는 동네잔치 수준에 불과한 초라하고 실속 없는 축제도 많은 게 사실이다. 축제를 망신시키는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볼썽사납고 안타까운 것은 축제가 먹기대회장이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축제가 열리는 마당에는 어김없이 축제무대보다 더 널찍한 먹을거리 장터가 들어선다. 고성방가와 흥청망청에 축제의 소리는 묻히기 일쑤다. 무엇이 주제고 부제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것도 그 지방 고유의 전통음식이 아니고 원적을 찾을 수 없는 뜨내기 음식이어서 주막거리를 방불케 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으니 어찌 먹는 재미를 물리칠 수 있을까마는 주 부제는 가려야 할 일이다. 이제 다시 다듬고 정리해서 축제다운 축제로 재창조해야 할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고 했듯이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한국적인 축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거기에 그 축제가 있어서 제격이고 그 축제가 있어 그 지방이 빛나는 축제로 다듬고 키웠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4-10-15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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