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대한 반환

◎영국은 처음으로 공산주의국가에 식민지를 돌려주게 된다/홍콩인들은 자부심과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6월30일 자정이 지나고 1분후 휘황찬란한 폭죽과 함께 중화인민공화국의 오성홍기가 올라갈때 자부심으로 가득찬 나라는 오욕의 자국을 말끔히 씻어버리게 될 것이다. 강택민주석은 조국이 잃어버렸던 한부분을 되찾는 자리를 직접 주재하며 곧바로 영국 지배의 상징이었던 위원회와 왕관표지는 새로운 홍콩특별행정구의 권위로 대체된다. 중국은 역사적인 오류가 바로 잡혔다고 생각한다. 몇주전 조촐한 인수식을 갖기위해 심양시에 모였던 늙은 연금수령자들의 얼굴에서도 이같은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홍콩사람들은 중국과의 재결합을 앞두고 자부심과 함께 새 주인에 대한 약간의 불안감도 갖고 있지만 새로운 체제를 하나의 기회로 만들 채비가 되어있다. 흔히들 HKSAR이라고 불리는 홍콩특별행정구라는 어색한 이름은 등소평이 약속한대로「높은 수준의 자치」를 누릴 수 있는「1국가 2체제」를 실현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보여준다. 새로운 내부경계선의 양측에 놓인 중국인들에게 있어 문제는 법치주의 홍콩의 선진자본주의가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왜소한 체제에 접목될 수 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모국과 과거 식민지가 새로운 현실을 맞아 어떻게 협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이제 막 중국을 21세기 초강대국으로서 바라보기 시작한 다른 국가들에게 중국의 홍콩 경영은 선진 국제사회라는 울타리 내에서 중국의 관리 능력을 보여주는 시험대로 작용할 것이다. 학자나 정치가, 전문가들이 뭐라고 애기하든, 모두가 이 대담한 실험이 어떻게 진척될지 단지 추측할 뿐이다. 모든 견해는 다음과 같은 기본적인 태도로 집약된다. 당신은 낙관론자인가, 아니면 비관론자인가. 낙관론자들은 당초 약속이 지켜질 수 있도록 홍콩을 관리하는 것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의 편집장이자 칼럼니스트인 프랑크 칭은『중국은 공동성명문을 협상하는데 2년을 보내지 않았고 기본법을 입안하는데 5년도 걸리지 않았다. 7월1일이면 그것들을 찢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때문이다』라고 밝혔듯이 말이다. 낙관론자들은 중국이 본토의 현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홍콩의 자금과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홍콩이 공정하고 개방된 지역으로 남아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과거 50년동안 자치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영국이 여기에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라고 기존 입법부 및 새로운 임시입법의원이기도 한 친중국계 부동산재벌인 데이비드 추는 말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중국이 왜 앞으로 50년간 굳이 우리의 자치를 빼앗으려고 하겠는가』 회의론자들은 그것을 믿지말라고 말한다. 자유를 사랑하는 홍콩주민들은 권력에 미쳐있는 공산주의자의 희생양으로 전락할 운명에 처해 있다. 비록 중국정부의 의도가 선의의 것이든 아니든간에, 중국의 권위주의적 습관과 독재적인 지배로 홍콩의 자유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마틴 리 홍콩민주당주석은 홍콩주민들과 국제사회가 자신들을 위해 중국에 대항하지 못한다면 정치적 시위와 결사의 권리, 법의 지배, 언론의 자유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반중국 입장을 견지해온 66세의 제토 와 민주당 입법의원은 『천안문사태야말로 공산주의자들의 본 모습으로, 그들은 절대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 자체가 민주화되지 않는다면,홍콩의 미래는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중국을 맹렬히 비판하는 사람들도 중국정부가 고의로 홍콩을 망가뜨릴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고 있고 대부분의 홍콩주민들은 생활이 이전처럼 유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홍콩이 식민지가 된 후부터 살아왔던 한 가정의 가장이자 전홍콩증권거래소 소장이었던 프란시스 치메른은 조상전래로부터 내려온 한 클럽에서 점심을 하면서 『나는 중국과 50년간 거래를 해왔지만, 한번도 부도수표를 받은 적이 없다. 그들은 한번도 협상을 저버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홍콩의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가 충분히 보호받지 않을 것이라고 두려워하고 있다. 동건화 행정장관이 시위권한을 보다 온건한 수준으로 줄이려했을때, 동장관은 국제사회의 거센비난에 부딪혔다. 동장관이 천안문사태(6·4사태) 추모식 전날인 지난 6월3일 홍콩은 천안문사태의 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밝히자 주변국들의 우려가 가중됐다. 부패방지 독립위원회는 70년대 후반 성행했던 홍콩 경찰들과 공무원들의 독직관습을 해소시켰으며, 중국본토를 강타하고 있는 뇌물, 상납, 정실인사 등의 악습을 막기위한 강력한 방어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동장관의 대변인이 이 위원회의 「독립이라는 단어가 중국어로 표현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삭제하려 했을때 홍콩주민들은 최악의 상황이 오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이 대변인은 후에 이번 사건은 기술적인 문제였을뿐이라면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둠으로써 비평가들을 달랬다) 홍콩의 많은 사람들은 중국의 악명높은 부패가 홍콩에 스며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부패문제를 다루는 한 서방외교관은 『물론 부패가 홍콩까지 들어올 것이다. 문화적인 것이며 본토의 사업방식이기 때문에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신임 반부패위원회 총책임자이며 다부진 성격의 소유자인 릴리 얌은 부패문제에 대해 『내가 고위층이 연루됐을때 끝까지 수사할 수 있는 담력을 갖고 있냐고요? 대답은 물론 「예」입니다』고 말한다. 증권·선물위원회의장인 50세의 앤소니 네오는 미숙한 중국시장의 악영향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중국 증시의 미숙한 관습과 규칙 부재로 홍콩의 금융구조가 오염될 수 있. 중국은 홍콩과 같은 문화와 시스템, 법을 가지고 있지않다. 그는 『우리가 투명하고 책임지는 문화를 지속시켜 나가야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은 제일 먼저 언론의 자유가 침해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홍콩기자들은 군인들이 그들의 사무실로 쳐들어와 활동을 중지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인티스라 불리는 중국어판 정치잡지의 리 이 편집자는 『외국언론이 주시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몇년간 중국이 그같은 위험을 무릅쓰지는 않을 것이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많은 언론인들은 비록 입증하긴 힘들지만 상당수의 동료들이 알아서 처신하고 있다고 확신한다. 권위있는 홍콩이코노믹 저널의 K.C.찬 부편집장은 『일부 편집자들은 중국이 그들에게 압력을 넣을 것이라 생각하고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 매체의 신랄한 사설을 쓰고있는 조셉 리안 편집장은 『현재 일고있는 자기 규제는 모두 처벌을 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환심을 사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다. 서방은 의심스런 눈으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다. 싫든 좋든 냉전의 승리는 민주국가들에게 세계의 규칙을 정할 힘을 주었고 미국에게 「감히」누가 그 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공산주의는 신뢰를 잃었고 중국은 길고도 유감스런 억압과 소요의 역사를 갖고 있다. 북경은 잘 하겠다고 하지만 워싱턴에서의 점증하는 로비로 중화인민공화국은 남아있던 신뢰감마저 잃어가고 있다. 어울릴것 같지않은 인권운동가와 종교계의 원리주의자, 그리고 중국이 전아시아를 지배하려한다고 주장하는 자유무역주의자들이 중국에 대한 불신으로 똘똘 뭉치고 있다. 이들은 공산주의 지도부를 실각시키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중국의 실수라도 물고 늘어져 봉쇄정책의 정당성을 부각시킬 것이다. 중국 시장을 의식, 클린턴과 그의 유럽 동맹국들은 중국에 많은 재량권을 주었으니 홍콩은 서방에 너무 많은 물리적 개입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규모와 부에 걸맞는 위상으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 북경은 홍콩인들에게 자신이 세계의 새로운 규칙에 따라 살아갈 준비와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확신시켜야 할 것이다.<조애너 맥기어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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