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미 정상 "한·미·일 협력 필요성 공감"] 미국, 중국 견제 위해 3각 공조 강조 … 한국 외교 딜레마 커진다

오바마, 미·일 주도 TPP 한국 참여 우회압박

중국 우려 불식시키면서 미 동맹 강화 과제로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천신만고 끝에 어렵사리 11일(현지시간) 오후2시20분께 성사됐다.

통상 양국 간 정상회담 일정과 어젠다는 수일 내지 수주전에 결정되고 실무진이 세부내용을 협상하는 것이 관례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청와대 관계자들조차 당일까지 일정을 전혀 모르는 '깜깜이 회담'이었다. 양국 대통령의 바쁜 일정을 십분 감안한다고 하더라도 '상식과 관례에서 벗어난' 이상한 정상회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서울을 떠나기 직전인 9일 오전 청와대와 외교부는 APEC 회의기간 중인 11일 한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크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시간, 회담 어젠다와 형식 등이 양국 외교부 실무진 사이에서 조만간 결정되고 박 대통령에게도 보고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중국 베이징의 페닌슐라호텔 기자실은 11일 점심시간이 돼서도 청와대 외교수석실로부터 회담 시간과 형식에 대해 제대로 된 발표를 듣지 못했다. 기자실에서는 "이러다가 한미 정상회담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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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이날 오전에만 "오전에는 정상회담이 열리기가 힘들 것 같다"고 발표했다가 곧이어 "오늘 열리는 것에 무게를 두고 조율하고 있지만 100% 확신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12시20분(현지시각)쯤에는 APEC 정상회의 업무오찬 직후인 오후1시45분(한국시각 오후2시45분) 또는 정상회의 세션2가 종료되는 오후4시(한국시각 오후5시) 등 두 가지를 놓고 마지막 조율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회담 시기·어젠다·형식 등을 놓고 양국 실무진이 급박하게 의견을 조율했다는 얘기가 된다.

북핵 공조, 6자 회담, 전시작전통제권 연기 등 조율해야 하는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자들의 관심은 높아만 갔지만 외교수석실은 "조율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아 기자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회담 형식을 놓고서도 양국 간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정상회담 형식에 대해서도 서로 공감이 있어야 하는데 한중 정상회담과 같이 많은 수행원이 자리를 함께하는 정식회담은 아닐 수 있다"며 "다자회의에서 일어나는 양자회담은 만찬장 옆에서 이야기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고 소파에 앉아서 하는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자회의를 하다가 나와서 잠깐 작은 장소에서 만나는 것보다도 더 간소한 형식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분위기를 전달 받은 기자실 일각에서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는 사태가 초래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목소리도 불거졌다. 일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 성사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한국이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데 이어 중국이 주도하고 있는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해 적극 지지의사를 보낸 것에 대해 미국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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