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엔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내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증권전문가들은 엔 약세로 주가지수가 급락하는 것에 대해 「추세 전환의 신호탄」이라는 분석과 「단발성 악재에 대한 과민반응」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엔 약세가 기조적인 것이라면 중국 위안화 절하를 불러올 것이고 아시아 전체가 제2의 경제위기를 맞게될 수도 있다. 이 경우 증시전망은 불투명해진다.
원론적으로는 엔화가 하락하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반도체, 철강, 유화업종등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그러나 위안화가 절하된다면 국내 산업전체가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엔 약세->위안화 절하->아시아경제 붕괴를 우려, 아시아 투자규모를 줄이려 할 것이다. 더블유아이카증권의 김현기(金賢起)이사는 『아시아 각국이 IMF위기에서 이제 막 벗어나 체력이 약해진 상황에서 엔화 하락, 위안화 평가절하등이 연속적으로 일어날 경우 외국투자자들이 아시아 증시를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증시가 엔 약세에 과도하게 민감하게 반등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엔 약세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일부 증시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엔 약세라는 해외악재에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과민 반응을 나타내 증시를 부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은살로먼스미스바니증권의 이근모(李根模)상무는 『올해 내내 엔화는 크게 출렁거릴 것이며 방향성을 예측하기도 어렵다』면서도 『한국경제의 펀더맨탈이 엔 약세에 이 정도로 과민 반응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다』고 말했다.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한 편이고 금리가 반등했다고 하지만 추세적으로는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으며 기업 이익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증시는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등 호재를 이용, 빠른 속도로 회복됐고 외국 투자자들도 투자유망 시장으로 한국증시를 꼽을 정도로 성장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문제는 증시 내부적으로 외부악재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설연휴 이후 지수급락은 엔 약세라는 뉴스에 선물시장이 먼저 반응하고 이어서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지면서 촉발됐다고 할 수 있다.
李상무는 『엔 약세가 주는 심리적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뮤추얼펀드 도입이후 기관들이 단타위주의 매매를 하면서 증시 안전판 기능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전문가들은 엔 약세를 계기로 투자심리가 취약해진 틈을 타고 기관들이 프로그램 매매를 통해 증시를 뒤흔드는 것이 더욱 큰 문제라고 말했다.【정명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