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화제의 책] 데이비드 유윙 던컨 지음 `캘린더'

『조용하지만 결코 휴식을 취하지 않는, 시간이라 불리는 사물. 굴러가고 돌진하고 신속하고 조용하며 모든 것을 포용하는 대양의 조류같은…이것은 말 그대로 영원한 기적이다』(토마스 칼라힐,1840년)세계는 바야흐로 새로운 밀레니엄의 도래에 몹씨 흥분하고 있다. 시간이 인류 최고의 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과연 시간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 1년이 365일이 아니라 365.242199일에서 몇 초가 가감되는 그것임을 인류는 이제 알고 있다. 그러나 365.242199라는 진리에 도달하기까지 사람들은 매우 험난한 길을 걸어왔다. 1년의 길이를 정확히 아는 것은 그대로 인류문명의 진화 속도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그것은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의 문제였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데이비드 유윙 던컨이 지은 「캘린더」(신동욱 옮김·씨엔씨미디어 펴냄)는 정확한 시간을 위해 투쟁한 위대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책에서 던컨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그레고리력의 발달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그레고리력은 1월 1일로 시작해서, 28일에서 31일까지를 포함한 열두 달로 이루어져 있으며, 매 4년마다 윤달을 갖고 있다. 작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우리는 숨을 쉬고 걸어다니는 것처럼 시간이 흘러가는 것에 별 의문을 갖지 않는다. 해, 달, 시,분, 초, 이런 달력의 메커니즘에 대해 이런 것들이 어디서 왔는지, 어떻게 해서 오늘이 부활절인지 성탄절인지 거의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 추수 때까지 날짜를 계산할 필요가 있거나, 세금을 계산하거나, 분노한 신을 달래기 위해 희생양을 바쳐야 할 시간을 알아야 했던 사람들에게 시간은 반드시 연구해야 할 과제중의 하나였다. 작가는 『시간의 진행을 이해하고 거기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인간의 욕망은 오늘날의 과학이 있게된 도화선이었다』고 강조한다. 지금으로부터 7세기전 영국의 병약한 수도사가 유쾌하지 못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로마로 특파되었다. 교황 클레멘스 4세에게 보내는 그 편지에는 시간을 고쳐야 한다는 절박한 호소가 구구절절 담겨 있었다. 당시 로저 베이컨(1214~1294)이 계산해보니 역년이 실제 태양년보다 11분 가량 더 길었다. 이것을 합하면 125년마다 만 하루인 24시간의 오류가 생기는데, 베이컨이 계산할 당시에 이미 9일이라는 잉여 시간이 누적되었음을 교황에게 알리는 편지였다. 만약 이 오차를 제대로 고치지 않고 내버려 둔다면 3월이 한겨울로, 8월이 봄으로 변하게 될 지경이었다. 비이컨의 계산이 정확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매우 중요한 의문을 던졌다. 그러나 달력을 고쳐야 한다는 베이컨의 요구가 사람들의 주목을 끄는 데는 300년의 시간이 흘러야 했다. 당시 사용되던 문제의 율리우스력은 시저와 클레오파트라의 큰 연애소동의 결과물이었다. 클렝오파트라의 미모는 물론이고 이집트 문명에도 흠뻑 빠진 시저는 당시 사용되던 달력이 정확하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고, 이집트의 태양력이 상당히 실제에 근접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독재자의 길을 걸으려 했던 시저가는 BC 46년 달력의 개혁을 단행 한 것이다. 1년을 365일과 6시간으로 계산한 달력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에 비해 느리게 움직이는 계산법이었다. 어쨌든 유럽 사람들은 시간에 대한 숱한 의문이 제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582년 10월 4일을 기해 그레고리력이 채택될 때까지 율리우스력을 사용해왔다. 1582년 10월 5일 당시 사람들은 로마의 새 달력에 의해 인생에서 열흘을 잃어버렸다. 오류를 맞추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인생에서 열흘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군중들은 폭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이처럼 정확한 시간을 알아내기 위한 인류의 노력들이 고대 인류 문명사와 함께 흥미진진하게 전개된다. 새 천년을 앞둔 시점에서 시간의 의미를 되집어 볼 수 있는 훌륭한 교양서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이용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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