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금 폭탄에 뿔난 프랑스 부자 탈출 행렬

올랑드, 반기업 정서 노골적 표출<br>세금 낮은 영국 등으로 떠날 채비

지난달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멕시코를 찾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은 프랑스에서 탈출하는 프랑스 기업을 위해 레드카펫을 깔아놓겠다"며 '부자증세' 정책을 조롱해 프랑스 정계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프랑스 의원들은 "한 나라의 총리로서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이라고 했고 영국 총리실은 "농담"이었다며 사태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부자증세를 끝내 밀어붙이면서 '농담'이 현실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랑스 부자들이 세금이 낮은 영국과 스위스ㆍ벨기에 등으로 떠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랑드 세제개혁의 핵심은 연간 100만유로(14억2,000만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부자들에게 물리는 소득세율을 75%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부자들의 주머니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재정적자를 낮추겠다는 것이다.


프랑스는 올해 4.5%로 예상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을 내년까지 유럽연합(EU) 기준인 3%로 내려야 하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총 33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프랑스 정부는 이날 일명 '부자세' 확대를 비롯해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 세율 인상, 은행ㆍ석유기업 관련 주식 세금 추가 등의 내용을 담은 총 72억유로 규모의 세수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올랑드 대통령은 부유세 인상의 영향이 기껏해야 3,000가구 내외에 미칠 것이라고 강조해왔지만 일부 부자들은 런던 부동산을 앞다퉈 매입하는 등 이미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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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올랑드 대통령이 반(反)기업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대선 유세과정에서 "나의 가장 큰 적은 니콜라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아닌 금융계"라고 수 차례 강조했으며 "나는 부자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적도 있다.

실제로 올랑드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상한선을 45만유로로 묶었으며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을 물가상승률보다 0.6%포인트 높은 2%로 올려 잡았다. 프랑스 실질임금이 오른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또 기업들의 해고가 어려워져 구조조정에 애를 먹고 있다는 불평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프랑스 쇼핑몰 업체인 유니베일로담코의 기욤 프와트리날 CEO는 "당장 본사를 프랑스에서 옮길 생각은 없다"면서도 "올랑드 정부가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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