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무라즈 라미시빌리(50) 러시아 대사는 3일 북한을 6자회담에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경제지원을 약속하는 서면 형태의 성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라미시빌리 대사는 이날 서울 정동 러시아대사관에서 연합뉴스와 가진 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고 북한에 대해 '회담 복귀시 핵폐기 대가로 미국이 침공하지 않고 경제지원을 한다'는 내용의 서면 성명을 내놓도록 하겠다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미시빌리 대사는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달 21일 왕자루이(王家瑞)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장에게 '조건 성숙'시 회담에 복귀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모호한 발언이지만 긍정적이다"고 평가한 뒤 "북이 내걸은 양대 조건은 '안전보장과경제지원'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은 핵 폐기 대신에 주권국가로 인정받기를 원한다"면서 "북한과 미국이 상호 비방하면서 관계가 악화됐는데도 한국, 러시아, 일본, 중국 등 4개국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6자회담 의제와 관련 그는 "러시아는 '핵'외의 문제가 제기되는 것에 반대한다"며 납치, 인권문제 등을 제기한 일본과 미국의 협상 태도를 겨냥한 뒤 "미국과 양자회담을 고집했던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한 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60주년 전승기념일 행사 초청을 받은 것과 관련, 김 위원장도 참석할 것인지에 대해 "아직 통보를 받지못했으며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대신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라미쉬빌리 대사는 지난 달 26일 한.미.일 3자협의에서 '러시아 역할론'이 제기된 데 대해 "러시아는 회담 참가국중 나머지 5개국 모두와 아주 긴밀하고 공평한 관계를 유지 해왔다는 독특한(unique) 점이 있다"면서 "러시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해 향후 러시아가 대북 설득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또 크리스토퍼 힐 주한 미 대사가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 및 6자회담 수석대표로 임명된 것에 대해 "힐 대사는 아주 능력이 있고 훌륭히 관리할 수 있는 프로 협상가"라고 극찬한 뒤 "(보스니아 분쟁을 타결한) 데이턴 평화협상에서 축적한 경험들이 북핵문제의 해결책 모색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홍덕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