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1일1식(識)] <170>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저 푸른 바다 끝까지 말을 달리면 소금 같은 별이 떠 있고 사막엔 낙타만이 가는 길 무수한 사랑 길이 되어 열어줄거야…. (버즈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사람은 어떤 일에서든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는 존재다. 애초에 하나마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열심히 할 이유가 있을 리 없다. 말 그대로 안 해도 그만인 일이니까. ‘의미 찾기’와 관련된 노력은 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존재의 의미 찾기로 확장되기도 한다. 한 번쯤은 품어 봤을 법한 질문 ‘나는 누구인가’가 대표적이다. ‘내가 지금 왜 이러고 있지?’ 또는 ‘이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지?’라는 생각이 깊어지면, ‘내가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지?’로 발전한다. ‘무엇’에 대한 답이 충분치 않을 경우 ‘나는 어떤 사람이길래…내가 정말 원하는 바는 무엇인가’로 이어지는 식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결국 ‘나는 지금 나답게 살고 있는가’라고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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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건 바쁘다. 어렸을 때는 어른들이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남의 돈 벌기가 어디 쉬운가’를 단순한 푸념 정도로만 여겼는데 직접 사회에 나와 발로 뛰기 시작하면서 ‘정말 남의 돈 벌기가 이렇게 어렵구나’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낀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 매여 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꿈꾸지만 그저 꿈으로만 끝나기 일쑤다. 전날 과음이라도 했다면 아침에 일어나는 건 더 고역이다. 학창시절 이불을 뒤집어쓰고 하던 “엄마 10분만 더”라는 투정도 통하지 않는다. 다 큰 어른이니까, 본인의 행동에 100% 책임져야 하니까. 이토록 바쁜 일상을 살아내다가 불현듯 떠오르는 질문인 셈이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누구다’라고 딱 떨어지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여행을 떠난다. 나를 찾아서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이다. 여행사의 광고 문구 때문인지 몰라도 진정한 나를 찾고자 할 때는 인도여행이 최적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실제로 인도여행을 검색하면 ‘나를 찾아서’라는 문구가 쉽게 발견된다. 하지만 인도여행이 유일한 해결책도 정답인 것도 아니다. 사실 장소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바쁜 일상과 멀어질 기회가 필요한 것뿐이다. 그래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에.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는 광고 문구는 네티즌들의 찬사를 받았다. 이유는 ‘내 얘기 같다’는 공감과 ‘나도 그러고 싶다’는 바람 때문다. 얼마 전 화제가 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름 휴가 때 여행 갈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51%라고 한다. 관광지에는 가더라도 숙소에만 머무르겠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일상을 벗어나 여유를 가지게 하는 여행은 필요하지만 굳이 ‘To do list’를 만들어 ‘여행=해치워야 하는 일’로 옭아매는 일은 안 하겠다는 말이다. 그래서 기자도 해보려고 한다. 약속도, 오늘 무엇을 하겠다는 목표도 없이 철저히 도심에서 여유 가지는 연습. 운이 좋으면 오랫동안 품어온 ‘나는 누구인가’란 질문에 어렴풋이라도 답을 찾을지 모른다는 희망을 품은 채.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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