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11월17일] 김홍집 내각 단발령 공포

탈모로 고민하는 남성들이 많다. 특히 결혼과 취업을 앞둔 30대 대머리 남성들은 머리카락만 날 수 있다면 어떤 희생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자세다. 머리카락은 뇌를 보호하는 기능적 측면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미용적 요소도 무시하지 못한다. 대머리 치료제 개발은 돈방석에 앉는 것은 물론이고 노벨의학상도 ‘떼놓은 당상’이 될 게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탈모인구는 남성 336만여명, 여성도 이에 못지않은 295만여명으로 추정된다. 이들의 관심에 힘입어 모발 관련 산업도 고속성장하고 있다. 2002년 1,000억원대였던 모발 관련 시장 규모는 꾸준히 증가해 올해 5,000억원으로 급팽창할 것으로 추정된다. 어느날 갑자기 무조건 머리카락을 다 잘라야 하는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다. 1895년 11월17일 전국에 상투를 자르라는 단발령이 내려졌다. 김홍집 내각은 을미사변 이후 단발령을 비롯해 양력 사용, 소학교 설치, 군제 변경 등 급진적인 내정개혁을 단행했다. 임금이 앞장서 머리를 깎았고 내부대신 유길준은 관리들에게 강제로 백성들의 머리를 깎게 했다. 그러나 단발령은 목을 자를지언정 머리를 깎을 수는 없다는 유교적 저항에 부딪쳤다. ‘신체발부는 수지부모요, 불감훼상이 효지시야라.’ 머리를 깎는 것은 부모의 것을 없애는 일이요 불효의 극치라고 여겼다. 을미사변 이후 배일적 국민감정은 급기야 의병운동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의병활동을 진압했으나 김홍집 내각은 무너졌다. 결국 고종의 아관파천으로 을미개혁이 중단되면서 단발령도 중단됐다. 민의를 거스른 개혁은 아무리 명분이 그럴듯해도 실패하게 마련이다. ‘대통령은 21세기에 가 있고 국민들은 아직도 독재시대 문화에 살고 있다’ 하더라도 무조건 ‘나를 따르라’식의 개혁은 곤란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