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잘 나가던 브라질 경제 '성장통'

물가 오르고 경상수지 적자 눈덩이… 호세프 정부 큰 과제로 떠올라<br>車연료·식품 등 생필품 급등<br>금리 올려도 투기자금만 유입

상파울루 중심가에 위치한 산타 에피제니아 전자상가가 쇼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곳에서 팔리는 전자제품의 대부분이 수입된 것으로 제조업 기반이 취약한 브라질 경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상파울루=이학인특파원


잘 나가던 브라질 경제가 '성장통'을 앓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갈수록 가중되고 경상수지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신년 들어 새로 출범한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에 큰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상파울루 중심가에 위치한 산타 에피제니아(Santa Efigenia). 서울의 용산전자상가에 해당하는 이 거리에는 토요일을 맞아 쇼핑 나온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 곳 상가에서는 판매되는 TV, 휴대폰, 음향기기 등 전자제품의 95% 이상이 한국,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으로부터 수입된 것들이다. 지난해 브라질은 TV, 휴대폰, PC, 디지털카메라 판매에서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 산타 에피제니아는 제조업기반이 없는 브라질 경제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곳에서 카메라 등 광학기기를 판매하는 카밀라 알링카르(36ㆍ여)씨는 "지난해에는 좋았는데 올들어 장사가 조금 덜 되는 편"이라며 "대통령이 바뀌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갖는 시민들이 많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위기를 맞아 굴곡이 있긴 했지만, 브라질 경제는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집권 이후 성장가도를 달려왔다. 2000년대 중반 세계 경제의 호조 덕분에 주력 수출품인 원자재가격이 좋았고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국내 수요도 크게 늘어났다. 특히 룰라정부는 정부의 저소득층에 생계비를 지원하는 '볼사 파밀리아'(Bolsa Familia)와 빈민들에게 식량을 무상공급하는 '포미 제로'(Fome Zero) 등 각종 사회복지정책을 통해 2,800만명을 빈곤에서 구제했고 3,600만명을 중산층에 편입시켰다. 브라질 경제가 떴다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날지 못하는 닭의 날갯짓'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꼽힌다. 이제는 덩치를 키운 브라질경제가 체질개선에도 성공할 수 있을 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물가와 경상수지 문제가 당면한 현안이다. 브라질의 지난달 물가 상승률은 0.83%로 월간 상승폭으로 지난 2005년 4월 이후 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5.91%로 2004년 이후 최고치였다.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물가상승은 더욱 크다. 차량 연료로 쓰이는 에탄올 가격은 리터당 1.7 헤알(1,150원) 안팎으로 최근 수개월 사이에 10% 이상 올랐다. 식품 및 주택임대료, 대중교통요금 등 서비스료도 상승추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기준 금리를 지속적으로 인상하고 있지만, 이는 금리차를 이용하려는 해외 투기자금의 유입을 초래하고 있다. 질마르 마시에루 상파울루 주립대 교수는 "브라질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해외에서 자금들이 유입됐지만 대부분이 금융시장에 머물러 있다"며 "이 때문에 기업들은 여전히 신용이나 대출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브라질의 지난해 경상수지 적자는 475억 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2008년 말 이후 브라질 통화 헤알이 39% 급등한 데다 소매 매출이 10.8% 늘어난 영향 때문이다. 국내 제조업 기반이 거의 없다시피 해 소비가 늘면 늘수록 무역수지가 악화된다. 장기적으로는 고비용 구조의 타파와 시스템의 정착여부가 브라질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전망이다. 브라질의 물가가 비싼 이유 중 하나로 세금이 꼽힌다. 기업의 경우 법인세 등 각종 세금으로 이익이 아니라 전체 매출의 약 30%를 내야 한다는 게 정설이다. 지나칠 정도로 엄격히 보호되는 노동권과 열악한 인프라시설, 과도한 관료들의 권한 등도 고비용 구조의 또 다른 요인이다. 김두용 KOTRA 남미지역 총괄은 "2억명에 육박하는 인구와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브라질은 한국기업을 비롯한 많은 외국기업들에 매력적인 시장"이라면서도 "그러나 자의적인 제도운용이나 노동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기업활동을 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운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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