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위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세계경제가 큰 악재없이 대체로 순항하고 있는 점을 보면 월스트리트 저널의 진단은 실감이 난다. 금융위기의 그림자는 올들어 각국에서 꼬리를 감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브라질이후 더 이상 금융위기 국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위기국가들도 대부분 안정을 회복하고 있다.선진국들도 이제 아시아 중남미 러시아 등의 위기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는 것같다. 『브라질을 끝으로 세계금융위기는 끝났다』는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의 발언이 선진국들의 느긋한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위기가 끝났다는 인식과 더불어 관심은 어느 나라가 가장 먼저 회복하느냐로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가 이와 관련, 주목받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동안 진행한 경제회생노력의 결실일 수 있다. 그러나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금융위기가 끝났다고 세계경제 회복이 시작된 것은 아니라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외환위기는 겨우 벗어났지만 본격적인 경제회복은 멀기만 한 우리의 사정을 꼬집은 듯하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지만 돈은 증권과 부동산으로만 몰리고 있다. 특히 주식시장은 700선을 단숨에 넘어서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이전 수준이나 다름없다. 소비도 살아나고 있지만 실업자가 너무 많아 소비가 경제를 뒷받쳐주기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오히려 일부 계층의 과소비부터 먼저 살아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생산적인 부문으로 돈이 돌지않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성장잠재력의 회복은 기대할 수 없다. 경제체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구조조정도 대기업들의 안이한 자세로 제대로 되고있지 못하다. 구조조정의 이행과 실물경제의 회복없이 부동산과 주가가 과열되어 거품을 일으키다 폭락세로 돌변하면 장기불황으로 곤두박질 할 수도 있다. 외환위기에서 벗어나 일어서려고 할때 더 큰 위기가 올 수도 있는 것이다. 멕시코 핀란드 등 금융위기국가들의 경험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환란이전의 일탈행위가 발빠르게 재연되고 국민들의 위기극복 의지가 느슨해지면 위기는 언제라도 다시 올 수 있다. 근로자들이 내몫찾기에 나서 노사갈등이 다시 고조되면 그렇지않아도 줄어들고 있는 외국인투자는 더욱 등을 돌릴 것이 뻔하다. 세계경제도 금융위기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유동적이다. 결코 방심하지말고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는 구조조정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위기는 결코 끝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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