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 부시 경제팀 '5인방'
"무역방벽 없애라" 목청 험난한 對美통상 예고
폴 오닐 재무장관, 도널드 에번스 상무장관, 로버트 죌릭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렌스 린지 대통령경제보좌관 등 부시 행정부의 경제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ㆍ미간 통상관계에 '험로'가 예상된다.
이들은 미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강력한 보호무역정책을 사실상 선포했으며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심각한 통상마찰에 직면에 있는 형국이다.
부시행정부의 통상 책임자인 죌릭 무역대표부 대표는 상원 인사청문회에서 첫 공식발언으로 현대전자와 철강문제에 대해 "강력 대처"를 언급해 우리를 긴장시켰다.
이는 최근 미국 경기가 대규모 정리해고 등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것과 맞물려 부시행정부가 외국에 대한 시장 개방과 통상 압력의 고삐를 더욱 죌 것이라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RTA) 관계자는 "부시경제팀은 대통령에게 신속협상권(Fast Track)을 부여해 외국 무역장벽 해소와 시장개방을 강력히 추진하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불공정 교역관행과 법규, 정부보조금 지급 등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닐 재무장관은 최근 '강한 달러' 정책을 강조해 우리 수출상품의 경쟁력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미 무역적자가 큰폭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그의 주장이 그대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특히 오닐은 전통산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자국내 전통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도 높다. 반대로 일부 통상전문가들은 "오닐이 기업인 출신으로 수출업자 시각에서 정책을 펴나갈 경우 달러 약세정책을 취하더라도 엔화 강세가 이어질 경우 우리나라 수출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에번스 상무장관도 석유회사 회장출신으로 "전통사업 보호"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에번스는 또 한국산 철강에 대해 주도적으로 수입규제 조치를 통해 불균형 무역수지 개선을 주장하고 있다.
현재 철강업의 도산위기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가 긴급 수입제한조치인 '섹션201'의 발효를 검토중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에번스는 나아가 한국에 자동차 수출입 무역수지 개선 조치를 강력히 취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자동차업계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린지 경제보좌관도 "외국의 불공정한 무역장벽을 없애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어 한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여기에 대통령 비서실장인 앤드루 카드는 사실상 경제정책에 미치는 입김은 적지만 과거 경력을 감안해 볼 때 대외 시장개방의 '악역'을 맡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특히 카드는 지난 97년 미국 자동차업계를 대표하는 자동차공업협회(AAMA) 회장으로 한국 자동차시장 개방을 위해 앞장서 '수퍼 301조' 발동을 주도한 '껄끄러운' 인물이다.
이밖에도 이들 부시경제팀 '5인방'과 핫라인을 유지할 만한 국내 인맥이 사실상 부재하다는 것도 앞으로 예상되는 한ㆍ미 통상문제의 원만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요인중 하나다.
김홍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