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대북 강경책 변화 유도·외화벌이 등 포석… 정부선 "원칙 고수"

[北 현대 금강산 독점권 취소]<br>北 올 들어 대화 분위기 모색 불구 뚜렷한 변화 없자 압박수위 높인듯<br>정부 "신변보장 등 우선" 주장속 "개성공단 등에 불똥 튈까" 우려도


북한이 금강산 관광과 관련 자산몰수 통보 1년 만인 지난 8일 전격적으로 현대아산의 사업 독점권 취소 결정을 내린 것은 다목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우선 이번 조치에는 대남 압박을 강화해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북정책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관광객 유치 채널 다각화를 통해 외화벌이에 적극 나서기 위한 본격적인 수순 밟기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측은 올해 들어서면서부터 대화 분위기 마련에 초조한 모습을 보이는 등 대남관계에서 변화를 모색해왔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도 채 안 된 2008년 7월11일 발생한 박왕자씨 사망 사건 이후 3년 가까이 금강산 관광이 중단되고 있지만 여전히 뚜렷한 변화의 신호가 보이지 않는 것이 원인이다. 또 북한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꼽고 있고 3대 세습의 고비가 될 오는 2012년을 앞두고 경제적 기반을 튼튼히 하기 위해 외화의 필요성이 높아진 점도 그 배경으로 거론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원칙을 고수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려면 앞서 정부가 제시한대로 북한이 박왕자씨 사망사건 진상조사, 재발방지책 마련, 신변안전보장 제도적 확보 등 3대 조건을 먼저 이행하라는 것이다. 통일부의 한 관계자는 10일 "북한이 금강산 재개를 위한 3대 조건만 수락하면 언제든지 재개할 수 있지만 북한은 진전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자 간, 당국 간 합의를 위반하는 이번 행위는 국제적으로도 자살골을 넣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이 같은 압박수단 발표 등의 움직임이 "문제 해결의 본질에서는 벗어난 술책일 뿐"이라면서 원칙을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압박용이기는 한데…=북한의 이번 조치는 현대그룹을 압박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많다. 북한 역시 담화에서 "현대 측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독점권을 잃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과 관광파탄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는데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을 압박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민간기업에 대한 압박을 이용해 금강산관광 재개 등 우리 정부의 정책전환을 촉구하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북한의 이번 담화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단순 압박에 그치지 않겠다는 의지도 읽힌다. 압박해서 안 되면 관광 사업권한을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해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뜻도 비치고 있다. 예컨대 남한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에 그대로 남겨두면서도 북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하겠다는 것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 또 이미 금강산 관광지역 시설을 몰수한 만큼 관광이 재개되면 금강산호텔 등 현대 측의 관광시설을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받겠다는 명분도 실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담화 내용을 잘 살펴보면 금강산 관광사업에 대한 권리를 명확히 함으로써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을 수용하는 데 방해가 되는 걸림돌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분명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북한이 지난해 5월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한 상품을 중국 여행사에서 팔았지만 관광은 중단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중국인 관광객의 북한 지역 단체 관광 때 우리 측 자산이 있는 금강산 관광지구의 내금강ㆍ외금강ㆍ해금강 등을 관광 대상 지역에서 제외하도록 중국 측에 협조를 요청했고 중국 측이 이에 수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한이 현대그룹의 독점권을 해지한 만큼 이제는 그런 협조 요청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줄었다. ◇곤혹스러운 정부…꼬일 땐, 여타 경협도 불똥=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정부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받아들일 수 없다. 국제관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하기도 쉽지 않다. 북측이 금강산지구 내 자산에 대해 몰수ㆍ동결 조치를 한 지난해 4월에도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북 간 합의와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으며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파탄시키는 부당한 조치"라며 "강력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은 내놓지 못했다. 더구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남북관계 개선과도 맞물린 만큼 이 역시 풀기가 쉽지는 않다. 우리 정부는 관광 재개를 위한 3대 조건 수락을 북한에게 요구하고 있지만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더 나아가 천안함ㆍ연평도에 대한 사과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이는 더 난관에 봉착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북한이 관광 사업권한을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하고 외국인 관광이 이뤄진다면 남북관계는 더 꼬일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될 경우 경협사업마저도 신뢰가 깨지면서 급기야는 남북 경협사업 중 겨우겨우 유지되고 있는 개성공단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정부 당국자도 "솔직히 북한이 압박이 아닌 실제로 관광 사업권한을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했을 경우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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