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바리」서지현(24).서지현은 박세리와 같은 해 같은 날(96년6월10일) 한국프로무대에 데뷔했다. 또 97년10월 나란히 미국 프로골퍼 자격을 얻었다. 그러나 서지현을 주목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박세리가 삼성물산과 골프팬들의 지지속에 미국 무대를 누비고 다닐때 서지현은 30달러짜리 모텔에서 잠을 자며 렌터카로 고속도로를 달렸다. 지도를 펴들고 헤매다보니 남들이 30분에 간 길을 2시간이나 돌았다. 그래서 고속도로변에 기름 떨어진 차를 세우고 휘발유를 사들고 와야 하는 일도 자주 겪었다. 지난해는 LPGA투어 풀시드를 얻지 못했기 때문에 매주 월요일 대회본부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참가여부를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도 겪었다. 「NO」라는 말 한마디에 1주일동안 갈 곳을 잃고 헤매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고초에 서지현은 굴하지 않았고, 더 강해졌다.
부모의 도움도 물리치고 그야말로 혈혈단신으로 극복한 이같은 고역 때문에 강렬한 승부욕을 길렀고, 이제는 어떤 역경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지난 98년에 거둔 성적도 자신감을 키우는데 큰 힘이 됐다.
서지현은 15개 대회에 출전해 2만7,715달러(랭킹 135위)의 상금을 확보했다. 1년동안 쓸 돈을 벌었고 30여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시드도 따냈다.
드라이브 샷 거리는 225.9야드로 170위지만 페어웨이 적중률은 80.3%로 5위에 랭크돼 있다. 서지현은 『외로움이 날카로운 샷으로 발산된 것 같다』고 말한다.
그린 안착률도 66.4%로 중상급인 56위, 평균타수는 73.03타로 105위, 1라운드 평균퍼팅은 30.74타로 151위를 기록하고 있다. 박세리가 1위에 오른 「올해의 신인」부문에서도 111포인트로 8위에 올랐다.
서지현은 아직 각 부문 상위권 그룹에는 들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유명 레슨프로의 지도를 받지도 않았고 어느 누구의 배려도 없이 데뷔 첫 해 일궈낸 성적임을 감안하면 서지현은 분명 주목할 만한 선수다.
특히 프렌드리스클래식에서 첫 날 3언더파를 쳤고 4라운드 합계 2언더파로 15위에 올랐던 서지현의 기록은 앞으로 그녀의 대성가능성을 예고한다. 지난해 일시귀국해 참가했던 KLPGA선수권대회에서도 2위를 차지해 그 실력을 입증했다.
사실 서지현의 잠재력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발산됐다. 골프국가대표로도 활동한 서지현은 92년 전일본 중고골프 선수권대회에서 여고부 우승을 차지, 여중부 정상에 오른 한희원과 함께 한국 여자골프의 매운 맛을 톡톡히 보여줬고 그 전해에는 서울여자오픈에서 펄신과 함께 공동7위에 올라 프로 못지 않는 실력을 과시했다.
서지현은 이제 미국에 거처를 마련했다. 심리적으로 안정된 서지현에게 남은 일은 98년 한해동안 다져 온 강렬한 승부욕을 마음껏 발산하는 일 뿐이다.【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