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스쳐도 수백만원… 수입차만 대접받는 자동차보험

수입차가 흔해지면서 외제 차량과의 교통사고가 발생할 때 부담해야 하는 비싼 비용에 국산차 운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그 중심에는 터무니없이 비싼 수입차 수리비가 있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외국산 자동차의 평균 수리비는 276만원으로 국산차의 94만원에 비해 3배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수리비 중 부품비의 경우 외제차와 국산차의 차이가 4.7배에 달했다. 이 때문에 국산차가 외제차와 살짝 스치기만 해도 국산차 운전자가 부담해야 하는 수리비만도 수백만원에 이른다. 여기에 수리하는 동안 외제차 운전자가 쓰는 렌트카 비용까지 더하면 억대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재수 없이 외제차와 접촉사고라도 나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국산차 운전자들이 수입차만 보면 극도의 방어운전을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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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제차의 높은 수리비용은 당연히 국산차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국산차 운전자들은 외제차와의 사고시 막대한 수리비 부담 등을 우려해 보험에 가입할 때 대물배상 보상한도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높이는 실정이다. 4~5년 전까지만 해도 3,000만~5,000만원이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1억원을 넘어 2억원·3억원으로 고액화하고 있다. 한 보험사의 경우 2008년 보상한도를 1억원 미만으로 가입한 고객 비중이 20%를 넘었으나 현재는 7%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반면 2008년에는 거의 없던 3억~10억원 가입자들이 10%에 육박하고 있다. 보상한도를 높이면 그만큼 국산차 운전자들은 매년 상당 액수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외제차 수리비가 비싼 것은 외제차 직영 딜러들이 부품 유통과정을 독점한 채 가격을 올리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조사에 따르면 아우디는 33%, 폭스바겐은 48% 정도 독일 현지 구입가보다 부품 가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공임 역시 수리가 까다롭다는 점을 들어 외제차 딜러들이 가격을 비싸게 책정하는 게 현실이다. 정부는 운전자들의 외제차 수리비용과 보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우선 불투명한 외제차 수리비 책정구조를 개선해야 할 것이다. 수입차의 대체부품을 활성화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외국산 자동차 손해율이 높을 경우 부담을 국산차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문제점도 해결돼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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