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 인수, 파운드리 세계 4위로동부ㆍ아남간 M&A(인수합병) 성사는 반도체 시장 불황과 구조조정 기운이 움트고 있는 시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결정적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업황 부진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분석(S&P)이 나오는 시점에서 자칫 경쟁력 부재로 도태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생존 불안감이 결렬위기 건져내
동부는 지난 7월 인수발표때 아남의 핵심 거래처인 TI로부터 0.13㎛급 기술이전과 공급계약을 기본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TI측의 턱없는 조건으로 무산됐고, 동부는 570억원의 인수대금(잔금) 납입을 미뤘다. 인수 작업도 결렬 위기에 놓였다.
동부는 TI라는 '미끼'가 사라진 것을 대신해 아남 대주주인 암코테크놀로지로부터 2가지를 얻어냈다.
첫째 완전한 경영권의 확보. 동부는 당초 경영권은 갖되, 합병 등 주요 상황은 2대주주인 암코의 사전 동의를 받기로 했었다.
또 잔금 570억원중 150억원만을 오는 30일 납입하고 420억원은 2003년 9월과 2004년 2월에 분할 결제키로 했다. 인수대금을 10억원 안팎 줄인 것이다.
공급선 확보에 대해서도 동부는 낙관한다. 0.13㎛ 물량은 시장 성숙까지는 시간이 충분한데다 현재 진행중인 3~4개 대형업체와 공급계약 협상에서 좋은 결실이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투자계획 전면 수정
이제 동부전자는 월 생산량 3만장 규모인 아남 인수로 세계 파운드리(주문수탁생산)업종에서 4위에 올랐다.
그러나 중장기적 관점에서 첨단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재원 확보는 여전히 문제다.
동부는 당초 인수후 0.13㎛급 기술에 대한 집중 투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0.18~0.35㎛급은 아남에 맡기고, 1조3,000억원 규모를 추가로 확보해 첨단 기술을 확충한다는 복안을 짜놓고 있었다.
재원은 ▦신디케이티드론(2,600억원) ▦아남출자분(600억원) ▦아남의 영업 현금창출(6,000억원) ▦장기차입ㆍ외자(3,800억원) 등으로 조달키로 했었다.
하지만 동부는 시황부진 등을 감안 이를 전면 수정 했다. 상당기간 0.13㎛급 공정 제품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당분간 아남 출자분과 현금창출분으로 버텨 나가고 장기차입과 외자유치는 내년 이후로 유보할 방침이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