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생명보다 귀중한 건 없는데… "

"생명보다 귀중한 건 없는데… "폐업강행 하루 앞둔 병원 표정 집단 폐업을 하루 앞둔 19일 전국의 병·의원에는 병실은 한산한 반면 접수창구는 진료와 약을 미리 받으려는 환자와 가족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주변 교통은 밀려드는 차량들로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이와 함께 특진예약환자들이 일반진료 대상자로 바뀌자 의사들을 비난하는 고성이 오갔는가 하면, 입·퇴원 창구에서 입원수속이 이뤄지지 않아 병원직원들과 환자들이 곳곳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등 의료공백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폭발직전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20일부터 의료진료 공백사태가 계속되고 긴급환자가 생명을 잃을 경우 환자 및 가족들의 병·의원 시설 및 의료진에 대한 테러 등 실력행사가 일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이날 서울대병원은 당초 20일로 예약된 환자들의 진료일을 오는 7월 이후로 미루고 21일 이후 예약자들에게는 전화를 걸어 예약을 연기했다. 또 상태가 호전된 환자들에게는 다른 병원으로 옮기거나 퇴원하도록 권유했으나 환자들은 『너희가 의사라고 할 수 있느냐. 만일 병세가 악화된다면 너희 가족들도 온전하지 못할 것이다』는 험악한 말이 오갔다. 이 병원 내과병동을 찾은 김모(45)씨는 『동네 병원에서 상태가 급박하다며 추천서를 써줘 지정 진료로 혈액검사를 받기 위해 병원에 왔는데 8월30일로 예약 날짜를 잡아줬다』면서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해서 이래도 되는거냐』며 볼멘소리를 했다. 왼팔 골절상을 입어 강남성모병원을 찾은 주모(41)씨는 『병원에서 입원은 받지만 수술은 해주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환자를 볼모로 잡고 어떻게 폐업을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상(火傷) 전문병원인 한강성심병원에서는 이날 아침 일찍부터 약을 타려는 환자들이 평소보다 2배 이상 몰렸고 고대 구로병원에서도 평소보다 30% 가량 많은 외래 환자들이 감기약과 당뇨·혈압 관련 상비약을 타가느라 북새통을 이뤘다. 환자들에게 약을 미리 받아두라고 통보한 한양대병원의 처방전 접수창구에도 평소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 및 가족들이 몰렸다. 이밖에 부산·광주·대전 등 전국 주요도시의 병원들도 몰려든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으며 대부분의 수술이 연기되는 등 환자진료에 차질이 빚어졌다. 부산 고신대병원의 경우 이날 평소보다 30분 앞당겨 오전8시부터 진료신청을 접수했으나 오전10시 현재 200여명이 접수해 큰 혼잡을 빚었다. 동아대병원도 오전10시까지 400여명의 환자가 몰려 한꺼번에 진료신청을 접수하느라 장사진을 이뤘고 진료를 받기 위해 많은 시간을 대기하는 등 불편을 겪었다. 동아대병원은 지난 16일부터 100여명의 환자를 퇴원시킨 뒤 신규 입원환자를 받지 않고 있으며 수술 역시 응급환자 외에는 모두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전남대병원의 경우 이날 오전9시부터 본관 1층 외래환자 접수창구에는 평소보다 2~3배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1층 로비가 거의 포화상태를 이뤘다. 조선대병원·광주기독병원의 접수 창구도 진료를 받거나 약을 타가려는 환자들로 대혼잡을 이루고 있으며 입원환자들도 폐업되기 전에 각종 진단이나 치료를 받으려고 조기치료를 병원측에 요구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이날 오전 폐업에 앞서 약을 미리 타거나 진료를 앞당겨 받기 위해 평소보다 1.5배에 가까운 2,000여명의 환자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이미 17일부터 예약된 중환자와 응급환자만 받고 환자들의 수술 날짜를 연기시켰으며 평소 90%에 가깝던 병실 가동률이 이날 오전 현재 30%선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경북대병원은 지난달 31일부터 임금협상 등으로 노조가 파업중인 상태여서 의료 공백현상은 더욱 심한 실정이다. 한편 고혈압·심장병·당뇨병 등 약을 장기복용해야 하는 환자들은 병원이 나 시내 대형 약국을 찾아 최소 1주일에서 1개월 분량의 약을 무더기로 사가는 등 「사재기」 소동을 벌였다. 대형약국이 밀집해 있는 서울 종로5가 일대 약국들에도 약을 사려는 손님들이 평소보다 30% 가량 늘었다. 최현용(37) 미래약국 관리부장은 『평소 200여명 가량의 손님들이 오는 데 비해 오늘은 300여명이 한꺼번에 몰려왔다』고 전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부 대형 약국들에는 전문 의약품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종로5가 모 약국 의사는 『약을 찾는 손님들 대부분이 1년 이상의 분량을 사길 희망하고 있으며 심지어 3∼4년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러나 의약업체에서 전문 의약품을 20∼23일까지는 공급하지 않기로 해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약품재고가 1주일도 못가 바닥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영일기자HANUL@SED.CO.KR 입력시간 2000/06/19 17:57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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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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