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SBI 때문에 원칙 버린 당국 자신이 친 덫에 발목 잡히나

4중고에 추가 영업정지 위기감 고조되자 업계 금융위 행보 주시


"내년에는 저축은행업계에 '쿼드러플 웨미(quadruple whammyㆍ4중고)'가 도래해 일부 저축은행들이 위기에 처할 수 있습니다. 앞서 현대스위스저축은행(현 SBI저축은행)을 영업정지시키지 않은 사례가 금융당국의 발목을 잡을 겁니다."(A저축은행 대표)

저축은행업계에 쿼드러플 웨미의 기운이 돌고 있다. 금융당국의 규제 강화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상승 ▦자산관리공사에 매각한 부실채권 환입 ▦충당금 적립 기준 강화 ▦자산건전성 분류 기준 강화 등의 4중고에 휩싸인다는 것이다.

6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3년 회계연도 1ㆍ4분기(7~9월) 저축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91개 저축은행의 당기순손실은 960억원에 달했다. 저축은행들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각각 23%, 21.5%로 지난 6월 말 대비 각각 1.6%포인트, 0.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업계는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4중고가 도래 시 영업정지 위기에 처할 곳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 당장 660억원 규모의 캠코 채권 환매가 12월부터 진행될 예정이다.


저축은행 대표들은 지난달 열린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이런 고충을 당국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국은 "유예 기간을 1년이나 줬음에도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어서 규제 완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경우 일부 저축은행이 위기를 모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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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4중고로 인한 저축은행 영업정지 이슈가 다시 불거질 경우 금융당국이 현대스위스에서 그랬듯 또다시 원칙을 깨야 할 상황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현대스위스는 지난해 BIS 비율을 충족 못해 금감원으로부터 경영 개선 요구를 받았다. 올 5월 경영 개선 기간 1년을 넘어서 영업정지를 해야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원칙을 깼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국이 원칙을 깬 이상 저축은행들이 대거 영업정지 위기에 놓이게 되면 SBI와 똑같이 예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 한 저축은행 대표는 "SBI는 규모가 막대해 증자 규모가 수천억원이 필요했지만 추후 부실 저축은행은 수십억원 수준일 것"이라면서 "소규모 저축은행이 위기에 처해 단돈 몇십억원 구해올 테니 현대스위스처럼 유예해달라고 요청하면 당국은 원칙을 또다시 깰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 관계자는 "SBI와 다른 곳은 신뢰의 문제에서 차이가 있다"면서 "경영 개선 명령 대상이어도 대주주의 증자 의사가 분명하면 유예를 해주는 경우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신무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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