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어려우면 포기말고 생각바꾸자"

엡손코리아 다카하시 마사유키사장 프린터 전문업체인 엡손코리아의 다카하시 마사유키(59) 사장은 지난 98년 6월 한국 지사장으로 발령을 받았다. 당시 한국은 IMF 경제 위기로 시장이 침체돼있었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주위의 걱정이 컸다. 그러나 다카하시 사장이 막상 맞닥뜨렸던 어려움은 한국의 경제 상황보다는 엡손 프린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낮은 인지도였다. 98년 조사한 소비자 인지도는 11%. 그는 일단 광고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톱 모델을 앞세워 전격적인 TV광고를 시작했고 지하철에 광고물을 부착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그는 "어떤 2호선 차량은 약 70% 가량을 엡손 광고로 도배했었다"며 "엡손이 지하철 회사냐는 농담도 들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관련기사 "전례가 없으면 전례 만들어야" 공격적인 광고ㆍ홍보에 힙입어 소비자 인지도는 30% 수준으로 올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시장 점유율. HP(휴렛 팩커드)나 삼성프린터가 각각 시장의 3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데 비해 엡손은 20% 수준으로 시장 3위다. 이 때문에 올해 대한생명에 엡손 프린터가 납품되기로 결정된 것은 점유율 끌어올리기에 주력하는 다카하시 사장과 엡손 코리아를 상당히 들뜨게 했다. "부임 초기 2001년까지 시장 1위로 올라서겠다고 장담했었지만 아직 그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모든 직원들이 빠른 시일내에 시장 1위를 달성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열심히 뛰고 있어, 내년 초까지 시장 점유율을 25% 까지 끌어 올릴 수 있다. 이런 신념은 엡손 제품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카하시 사장은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도 일본 메이지 유신을 이끌어낸 사카모토 료오마. 그는 막부 시대부터 나눠져 있던 현 중심의 지역주의에 얽매이지 않고 일본을 하나의 국가라는 관점에서 바라보고 '세계화'를 추진했던 인물이다. 다카하시 사장은 사카모토 료오마라는 인물처럼 관습이나 제도에 얽매이지 않는 삶, 항상 크게 바라보고 긍정적인 태도를 잃지 않는 삶의 자세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경영 3원칙인 '3F(Fair, Flexible, Free)'에는 공정함과 유연함, 발상의 자유로움을 강조하는 마음이 담겨있다. "고객우선 정신과 주종관계에 가까웠던 메이커와 대리점의 관계를 대등한 비즈니스 파트너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했다. 그릇된 관례를 고쳐나가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내에서 자유로운 분위기를 강조한다. 기술부 등 손님을 직접 만나지 않아도 되는 직원들은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쥬얼 복장으로 근무한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창조적인 발상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의사 결정을 할 때도 영업과 마케팅 등 실무진의 의견에 우선적으로 귀를 기울인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사람이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원 입장에서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한다는 게 어려울 수 있지만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지, 사장을 위해 일하는 것은 아니다. 직원들이 편하게 건의사항이나 자기 주장을 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데 노력하고 있다."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 때문일까. 다카하시 사장에게서는 동양인 특유의 '딱딱함'을 찾기 어려웠다. 그는 얼굴 주름이 깊게 패일 정도로 호탕한 웃음을 좋아하며 말하는 중간중간 풍부한 제스처로 편안한 인상을 심어줬다. "현실이 어렵다고 주저 앉지 말고, 생각을 바꿔 개척하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그의 말에서 엡손의 미래가 밝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 라이프스토리 다카하시 마사유키 사장은 42년 일본 군마켄에서 태어나 65년 와세다 대학 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66년부터 일본무역진흥회(JETRO)에서 일해오다 82년 40세의 나이에 돌연 진로를 바꿔 세이코엡손에 입사했다. 82년 싱가포르, 86년 홍콩, 94년 중국 등 다양한 해외 지사 경험을 쌓고 98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엡손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원정기자 사진=김동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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