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적업체” 분석불구 부담감안 소극적/인수않을땐 은행관리·공기업 기로에한보철강의 제3자인수 작업이 본궤도에 돌입했다.
1일 제일은행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보철강 입찰설명회에는 현대그룹의 계열사인 인천제철과 LG, 대우, 포항제철, 동부제강, 동아건설, 동국제강, 세아제강,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 남광토건등12개 기업이 관련 실무자를 보내 높은 관심을 드러냈다.
특히 현대는 인천제철의 신규사업부문장인 김광언상무와 전략기획부문장인 한정건이사 외에 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참석시켜 주목을 끌었다.
채권은행단을 중심으로 구성된 한보철강 인수기획단은 자금력과 제철사업 경험, 철강사업에 대한 의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적격 업체를 인수기업으로 선정한다는 방침.
그러나 참석업체 가운데 이들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기업은 현대와 포철밖에 없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포철이 『우리가 한보를 인수하게 되면 통상마찰 등 온갖 부작용이 불거질 것』이라며 인수를 거부하고 있는 이상, 최적격 업체는 현대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입찰이 『현대를 염두에 둔 채 나머지 기업들을 들러리로 세운게 아니냐』는 일부의 비판마저 제기되는 상황이다. 더구나 유시렬제일은행장이 최근 정몽구회장을 만나 모종의 숙의를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분석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현대는 그러나 『우리가 하려는 사업은 고로방식의 일관제철소여서 코렉스방식인 당진제철소에는 관심이 없다』는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동국제강 등 기존 철강업체들은 입찰참여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채권은행단은 동국제강이나 강원산업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해주기를 기대해왔으나 이들 기업은 『인수할 능력이 없다』는 입장을 최근 굳혔다.
현대그룹의 일각에서는 『굳이 한보를 사지 않아도 일관제철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의견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가 개별기업의 신규사업을 막을 명분이 점차 퇴색하고 있어 한보라는 혹을 붙이지 않고도 홀가분하게 고로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속셈이다.
현대의 이같은 뚝심이 한보문제를 빨리 매듭지으려는 정부와 채권은행단을 코너로 몰아가고 있으며 현대의 한보철강 인수를 통한 고로사업 진출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돌발변수가 없는 한 한보철강 제3자인수는 현대의 판단에 의해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가 정부 및 채권은행단과 어떻게 협상의 매듭을 풀어가느냐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만일 현대가 한보인수를 끝내 거부하고 일관제철소 설립을 주장할 경우 한보는 은행공동관리 또는 공기업화의 길을 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융권과 기업들은 오는 8일로 예정된 1차 입찰이 유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1차입찰이 유찰된 직후 2차입찰에 부칠 것인지, 현대와의 수의계약에 들어갈 것인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한상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