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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가 최근 강세를 보이면서 미국 관련 자산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시장에 투자하려면 개별종목을 직접 거래하거나 북미펀드를 활용할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실시간으로 거래할 수 있고 거래세(0.3%)가 면제되며 다양한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ETF가 자산가들 사이에서 매력적인 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이후 미국 증시의 강세로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관련 ETF의 순자산도 늘고 있다. 미국 관련 ETF의 전체 순자산은 올해 1월 242억원 이었지만 11월 현재는 888억원으로 3배 가까이 뛰었다. 미국 S&P500선물지수를 추종하는 '미래에셋TIGER S&P500선물' ETF의 경우 올해 1월 순자산은 60억원에 불과했지만 11월 현재 147억원으로 늘어났다. 미국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투자자금이 몰리자 순자산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투자하는 상품 중 ETF가 주목을 받는 것은 직접 투자 보다 리스크가 덜하고 거래하기 편리하기 때문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개별종목은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크고 미국에 투자하는 펀드는 가입 이후 환매에 제약(가입 이후 90일 이전에 환매하면 이익금의 30% 수수료 부담)이 따르지만 ETF는 여러 종목을 편입한 주가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분산되고, 실시간으로 별도의 비용 없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어 거래하기 편하다.
특히 연초 이후 미국 증시가 가파를 상승세를 보이며 각종 기록을 갈아치우자 미국 관련 ETF 역시 기록적인 수익률을 내고 있다. 최근 1년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을 비롯한 미국 증시가 평균 25%넘게 오르면서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미래에셋TIGER S&P500선물' ETF와 '미래에셋TIGER나스닥100' ETF의 연초 후 수익률도 각각 30.55%, 28.42%로 모두 해외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4.00%)을 크게 웃돈다.
한대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미국 경기 동향을 보여주는 고용지표, 주택지표, 소매판매지수 등이 양호한데다 연말 소비시즌을 앞두고 기업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보여 미국 증시에 훈풍이 불고 있다"며 "단기 과열 논란도 있지만 양적완화 축소 시기도 내년이 될 것으로 보여 당분간 미국 관련 ETF에 대한 관심이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지난 8월 합성 ETF가 도입되면서 주요 운용사들이 미국 자산에 투자하는 ETF를 신규 상장해 상품 종류도 다양해 지고 있다. 합성 ETF는 실물 자산을 편입하는 기존 ETF와 달리 스와프(교환)거래를 통해 증권사로부터 기초지수의 수익률을 제공받아 운용되는 ETF다. 이전에는 S&P500이나 나스닥같은 미국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대부분이었지만, 합성 ETF 도입 이후에는 미국 부동산이나 미국 특정 섹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길이 열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합성 ETF 1호 상장 운용사인 한국투자신탁운용은 현재 'KINDEX합성-다우존스미국리츠(REITs)부동산'과 'KINDEX합성-iboxx선진국하이일드' ETF를 운용하고 있다. 두 ETF는 각각 미국 부동산과 미국 채권 시장에서 거래되는 하이일드 채권(주로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IGER합성-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US 리츠(REITs)' ETF를 운용 중이다. 한국운용의 미국 부동산 ETF와 가장 큰 차이는 추종 지수다. 미래에셋 ETF는 'MSCI US 리츠'지수를, 한국운용 ETF는 '다우존스 미국 리츠'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바이오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 KODEX 합성-미국 바이오테크'ETF를 운용하고 있다. 이 상품은 'S&P바이오테크놀로지 셀렉트 인더스트리'지수를 추종한다. 이 지수가 편입하고 있는 주요 종목은 미국 바이오 업체인 셀덱스, 사렙타, 할로자임 등이다.
이 밖에 합성 ETF는 아니지만 미국 경기와 연동되는 달러 자산에 투자하고 싶으면 우리자산운용의 '우리KOSEF미국달러선물'나 '우리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 ETF를 이용하면 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미국증시가 살아나고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미국 관련 ETF도 늘어나고 있다"며 "ETF는 일반 펀드와 달리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더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