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선 한국석유공사 사장대담=김인영 정경부차장
『유가 상승에 대응하는 길은 국내외 자원개발과 절약 밖에 없습니다. 세계는 지금 국가안보차원에서 에너지 자원 확보와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서둘러 자원개발에 나서야 합니다.』
나병선(羅柄扇) 한국석유공사 사장은 국내외 석유자원 확보에 미래가 걸려 있다고 강조하며 『30억달러의 자금을 조성해 동해_1 가스전 추가개발과 제주지역, 서해지역, 베트남 가스전 등 국내외 자원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행인 것은 석유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입지환경이 천혜의 조건을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羅사장은 『석유비축기지가 들어설 수 있는 뛰어난 자연조건을 갖고 있어 한국과 중국, 일본을 연결하는 국제석유시장과 공동비축기지의 중심축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극동아시아 석유시장 개설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_지난 3월말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증산 결정으로 하락세를 보이던 유가가 최근 상승추세로 돌아섰습니다. 국제유가를 전망해 주시지요.
▲최근 유가는 걸프전 이후 최고를 기록하는 등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유가가 오래 갈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배럴당 20~25달러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산유국들의 기본 전략입니다. 유가가 현 수준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주요수입국들의 석유절약과 대체에너지 개발을 촉진할 것입니다. 이럴 경우 산유국들이 유가 상승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오는 21일 비엔나에서 열릴 OPEC 임시총회를 계기로 급등세가 진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유가가 더이상 오른다면 미국 경제가 타격을 받고 전세계가 휘청거릴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유가 상승에 대응하는 길은 두가지입니다. 우선 강력한 에너지 절약운동을 펼치는 것입니다. 기름을 전량 수입하면서도 마구 낭비하는 국가는 우리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내외에서 자원을 독자적으로 개발, 석유 주권을 확립해야 합니다. 석유공사는 적극적인 자주개발 노력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_석유공사는 활발하고 자원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성과가 크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만.
▲해외에서 개발한 자원도 결국은 우리 것입니다. 이를 「자주개발」이라고 하는데, 자주개발률이 전체 석유소비량의 2%에 불과합니다. 국내 유전이 없거나 미미한 일본(15%), 독일(20%), 이탈리아(33%)와 비교할 수도 없는 수준입니다. 투자를 안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온 것입니다.
일본은 58년 이후에 해외유전개발을 위해 470억달러를 투자했고, 이중 정부지원이 260억달러였습니다. 우리는 84년 이후 해외개발에 나서 26억달러를 투자한게 전부입니다.
해외 석유개발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문제는 자금원인데, 동해_1 가스전과 해외개발에 성공한 리비아 유전, 베트남 가스전 개발을 통해 20억달러를 자체조성하고 정부에서 10억달러를 빌려 3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석유자원 개발을 위해 조성된 석유기금을 에너지 개발에 활용하는 방안도 시급합니다. 에너지특별회계 가운데 석유개발 투자재원으로 쓰이는 비율은 4%에 불과한데 최소한 20%수준으로 올려야 할 것입니다. 개발할만한 후보지는 여러 곳이 있습니다. 재원이 확보되는대로 개발에 나설 계획입니다.
외국은 민간회사들이 주도적으로 석유를 개발하고 있지만 국내정유회사들은 기름만 팔았지 개발은 등한시하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의 해외유전개발 사업 참여 확대가 필요합니다.
_국내최초의 가스전인 「동해_1」가스전 생산으로 우리나라에서도 가스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우리도 산유국 대열에 들어선 것인지요.
▲국내 대륙붕 개발은 광구만 설정해 놓고 시추는 조직적으로 개발하지 못해온게 사실입니다. 우리보다 대륙붕 면적이 좁은 일본이 175개공을 시추했는데 우리는 29개공만 시추한게 전부입니다. 동해_1 가스전의 성공은 투자가 적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기적에 가까운 것입니다. 개발을 결정하기 전에 1개공만을 시추할 예산밖에 없었습니다. 정밀탐사 분석과 토론을 거쳐 정말로 유망지역 한군데를 뚫었는데,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답이 나왔습니다. 이를 입증하려면 추가로 3개공을 더 시추해야 했는데 국회를 설득해 간신히 예산을 얻어냈습니다. 그래서 동해_1유전의 상업생산이 확인된 것입니다.
_ 추가로 가스가 나올 곳이 있습니까.
▲정밀탐사 방식을 취하는 3차원 탐사도 동해_1 가스전이 위치한 고래Ⅴ지역중 일부만 실시했습니다. 지금 동해_1 가스전 반경 15KM지역에 대한 3차원탐사와 탐사결과 분석작업중입니다. 올해 안에 1~2개공 추가시추할 예정인데 추가발견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어디서 나와도 동해_1 가스전과 파이프라인만 연결하면 가스를 생산해낼 수 있습니다. 이 뿐 아니라 제주 남쪽 한일 공동구역을 정밀탐사중입니다. 중국 핑후유전과 인근지대인 군산 앞바다 서해지역도 미국의 메이저정유사가 공동개발을 제의하고 있을 정도로 유망지역입니다.
_북한도 서해안 유전 탐사 작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석유자원개발에서의 남북협력방안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양 앞바다 서해안분지에 해상유전이 개발중입니다. 북한측 발표에 따르면 매장량 50억~400억배럴에 달하는 대형유전입니다. 석유공사는 97년부터 헌 유전과 관련한 연구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북한이 일본에서 개최한 설명회에도 참여했습니다. 여러 경로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원하면 바로 참여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를 갖추고 있습니다.
_석유공사가 추진중인 동북아 지역의 석유산업협력 방안이 궁금합니다.
▲석유 공동비축기지와 공동시장 개설 등 두가지 입니다. 다행스런운 점을 우리나라의 입지환경이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하려면 화강암 암반의 지형이 필요한데 우리는 항구 주변이 대부분 암반지형입니다. 반면 일본과 중국은 항구의 지반이 약하고 내륙 중심에 건립최적지가 있습니다.
특히 석유수입이 급증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항구의 수심이 얕아 대형유조선이 접안하기도 힘든 형편입니다. 한국에 비축기지가 생기면 3개국 모두가 이익입니다. 공동비축기지 후보지로는 남해안만큰 좋은 곳이 없습니다. 공동비축기지가 건설되면 자동적으로 국제석유시장도 열릴 것입니다. 이 경우 한중일 3국의 원유도입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산업연구원에서 용역연구를 진행중입니다.
이와도 별도로 공동비축사업을 진행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노르웨이회사와 공동비축 계약을 맺은데 이어 중동국가들과의 계약을 진행시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석유비축시설을 빌려주는 사업입니다. 우리 돈 안들이고 비상시 비축분을 늘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보관비 등 관리비 수입도 거둘 수 있습니다. 올해부터 3차 비축사업에 들어가는데 목표인 60일분을 채우려면 약 1억배럴을 채워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예산은 1년에 400만~500만배럴을 구입할 자금 정도로 배정되니 목표량을 채우려면 20년 이상이 걸리게 됩니다. 이를 공동비축을 통해 해결할 방침입니다. 우리 외국석유에 창고를 빌려주다가 우리가 급하면 사서 쓸 수도 있고 평상시엔 관리비 수입을 챙기며 비축효과도 거두는 일석삼조(一石三鳥)의 사업입니다.
_석유공사가 추진중인 석유전자상거래망에 정유업계가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전자상거래시장 개설에 관한 석유공사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국내 석유유통구조는 독과점이고 전근대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를 전자상거래를 통해 개선하자는 것입니다.
정유회사에서 주유소를 통해 기름을 공급하지만 일부 음성거래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또 석유정제제품의 생산이 넘칠 때는 외국에 덤핑으로 수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반대로 수요를 잘못 예측해 생산능력이 충분한데도 외국제품이 들어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석유제품 가격결정 과정에서 소비자 영향력은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담합과 무자료거래·탈세행위가 일어나기도 하는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개선하자는 취지에서 전자상거래를 추진하게 된 것입니다. 2년에 걸친 준비과정을 마친 상태입니다. 정유업계도 전부가 반대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장상인들도 전자상거래하는데 국가의 핵심자원인 석유를 못한다는게 말이 됩니까. 석유공사는 전자상거래 기반을 구축해주고 뒤로 빠질 것입니다.
결국은 석유공사가 주도적으로 전자상거래를 시작하는게 소비자는 물론 정유업계에게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정리=권홍우기자 HONGW@SED.CO.KR
입력시간 2000/06/0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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