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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서울에서 경부고속도로를 따라 100여㎞를 달려 도착한 충북 청주 옥산산업단지. 산단 동쪽 끝 3만5,000㎡ 규모 부지에 세워진 LG하우시스 청주공장에 들어서자 PF(Phenol Foam) 단열재 공장동 앞에선 하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화물칸 내부에는 전국 각지 공사현장으로 운반될 살굿빛 PF단열재 수백 장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LG하우시스는 2011년 단열성능과 화재 안전성이 뛰어난 고성능 단열재가 스티로폼·우레탄 위주의 기존 단열재 시장을 빠르게 대체할 것으로 내다보고 2년여의 준비기간을 거쳐 2013년 10월 이곳 청주공장에서 국내에선 최초로, 세계에선 4번째로 PF단열재 양산에 돌입했다.
PF단열재 공장동에 들어서자 생크림 같은 페놀폼(PF)을 뿜어내는 발포기계가 눈길을 사로 잡았다. 슬러리 형태의 PF가 6개의 노즐을 통해 흘러나오고 같은 속도로 알루미늄 면재가 이동하며 샌드위치처럼 위, 아래로 슬러리를 감쌌다.
언뜻 단순해 보이지만 발포공정은 PF단열재의 단열성능을 좌우하는 핵심공정이다. 페놀 수지에 발포제, 경화제 등을 섞어 슬러리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포가스를 가득 담은 ‘닫힌 셀(Close Cell)’을 얼마나 많이, 또 조밀하게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열 손실 정도가 달라지는데 LG하우시스는 이 기술에서 세키스이(일본), 아사히카세이(일본), 킹스판(영국) 등 독자기술을 보유한 몇몇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특히 LG하우시스는 기존 제품 대비 10분의 1 크기 발포셀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고 25년이 지나도 성능이 90% 이상 유지되는 현존 최고 성능의 제품이라는 자부심을 드러냈다.
발포 라인을 벗어난 PF는 약 60m 길이의 경화로를 따라 움직이며 적당한 온도로 구워지고 절단작업을 거친 후 마지막 양생 작업을 위해 컨베이어를 타고 2층으로 올라간다. 김한술 PF단열재 생산기술팀장은 “두께 10T당 1시간씩, 120T 제품은 12시간의 양생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이는 온도나 습도에 의한 뒤틀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밥을 짓고 나면 뜸을 들여야 식감이 더욱 좋아지는 것처럼 PF 역시 뜸을 들여야 내구성이 강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신축 시장 회복세와 재건축 시장 성장세가 맞물리며 청주공장의 라인도 하루가 다르게 분주해지고 있다. 사실상 진출 원년인 지난해 약 7,000세대에 제품을 공급하며 8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지만 올해는 140억원, 2018년에는 500억원의 매출 신장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친환경·고기능 건자재 시장의 성장세가 한몫하고 있다. 스티로폼에 비해 연간 최대 20% 수준(전용면적 84㎡ 아파트 기준)의 난방비 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는데다 화재에 강해 주택 에너지 효율화나 안전 관련 법규가 강화될수록 반사 이익을 얻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명득 전무는 “현재는 스티로폼·우레탄 소재 단열재가 80% 가량 사용되지만 단열성능과 화재 안전성이 뛰어난 고기능 단열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매출 성장세도 가파를 것”이라며 “2018년에는 고성능 단열재 비중이 전체 단열재 시장의 3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2017년에는 증설을 통해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티로폼에 비해서 가격이 2배 정도 비싼 탓에 시장 성장세가 더디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원가 절감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실제로 연초 미국·일본·네덜란드 등에서 전량 수입하던 계면활성제·경화제·가소제·면재 등 4개 원재료를 전량 국산화하는데 성공하면서 연간 10억원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더구나 생산량이 매년 2배씩 늘고 있어 대량 생산에 따른 원가 절감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국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판매용 제품 개발과 인증 획득을 연내 추진, 연간 50% 이상의 성장세가 예상되는 중국 고성능 단열재 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김 전무는 “PF단열재 시장에 진출할 때부터 LG하우시스가 주목한 시장은 우리나라와 중국이었다”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중국) 현지에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