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ㆍ4분기에 나타난 중국의 경기회복세에 벌써 김이 빠지고 있을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중국의 11월 제조업 경기가 예상을 밑돌며 4개월 만에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중국 경제 회복세에 관한 의구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미니 부양'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가운데 위안화 강세로 수출부진이 뚜렷해져 향후 경기전망을 어둡게 한다. '버블 예측'으로 유명한 칼럼니스트 앤디 시에는 미국이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가면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경고해 주목됐다.
시장조사기관 마킷과 HSBC는 21일 중국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가 전월에 비해 0.5포인트 내려간 50.4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전망치인 50.8을 다소 밑도는 수치지만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확장세의 경계인 50은 넘어섰다. PMI는 50 이상이면 경기확장을, 50 미만이면 경기위축을 뜻한다.
취홍빈 HSBC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신규 수출 감소와 기업의 재고보충 속도 둔화로 중국의 성장 모멘텀이 약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안화 강세에 따른 수출부진이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1월 신규 수출주문지수는 49.4로 50 아래로 떨어진 가운데 전월의 51.3에 비해서도 크게 감소했다.
이에 경제개혁에 집중하기 위해 성장둔화를 용인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태도와 맞물려 4ㆍ4분기 경기, 나아가 내년 경제전망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3ㆍ4분기 경제성장률은 중국 정부의 목표치인 7.5%를 넘는 7.8%를 나타냈지만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반짝 회복일 뿐 내년에는 경제성장 둔화가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딩슈앙 씨티그룹 이코노미스트는 "3ㆍ4분기에 감지되던 회복세가 벌써 정점을 찍고 하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내년까지도 이러한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 고 말했다.
케빈 라이 다이와증권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중소기업에 세금우대 혜택을 주고 철도 투자 승인을 앞당기는 등의 미니 경기부양책으로 지난 3~6개월간 경기회복세가 다소 빨라졌으나 이제 그 효과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의 회복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저우하오 ANZ 이코노미스트는 "경제개혁의 여파로 내년까지는 단기적으로 주춤할 수 있지만 중국 경제를 조심스럽게 낙관한다"고 전했다. 경제가 안정됐음을 확인한 만큼 오히려 중국 정부가 경제개혁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취홍빈은 "PMI 수치가 최근 7개월 중 두번째로 높은 수준으로 물가상승 압박이 완화된 만큼 정부가 성장을 뒷받침할 만한 순응적 정책을 실시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명 칼럼니스트인 앤디시에는 미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가 양적완화를 축소하는 순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경제전문 매체 마켓워치에 기고한 '중국 경착륙'이라는 칼럼에서 "중국 자산거품은 관치금융이 저렴하게 차입됨에 따라 형성된 만큼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올해에만도 14조위안의 신규 대출이 발생했으며 절반 가까이가 그림자금융에 의한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문제는 이렇게 발생한 거품이 중산층이 타격을 받을 수 있는 부동산 시장에 몰려 있어 거품붕괴의 충격이 광범위하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진핑 국가주석이 추진하는 강도 높은 경제개혁도 실질적으로 경제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줄일 뿐 시장 자체를 손질하는 데까지는 미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게다가 중국 정부의 개혁은 인내심이 필요한 장기적 여정이라 개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거품은 모든 유동성을 빨아들이다 마침내 붕괴할 것"이라면서 "결국 경착륙이 올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