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법안 처리는 국회가 입법권을 남용한 폭거나 다름없다. 유통업계가 어렵사리 이끌어낸 자율상생 협약을 하루 만에 깡그리 짓밟았다. 법안 통과 하루 전날 대형 유통업계와 중소상인 단체는 모여 대형마트 출점자제와 자율휴무에 합의하는 아름다운 악수를 나눴다.
어떤 이해관계든 그것이 대립할 때 법과 공권력보다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자율적으로 공존의 해법을 도출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만 지속 가능하게 되고 부작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대중소 유통업계도 그런 취지에서 서로 양보하는 전향적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이런 민간의 자율 분위기를 정치권이 조장하기는커녕 되레 찬물을 끼얹으니 누구와 무엇을 위한 법안인지 납득할 수가 없다.
대형마트 영업규제가 강화되면 소비자 불편과 피해는 더 심해진다. 기존의 영업규제만으로도 애로사항을 호소하던 직장인과 맞벌이 부부들은 울화가 터지게 생겼다. 국민 불편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이럴 수가 없다.
국회가 개정 법률안을 최종 통과시켜 자율협약을 무력화한다면 유통업계는 다시 한번 갈등과 반목에 휩쓸릴 우려가 크다. 지방자치단체가 월 3회로 휴업일을 늘리고 영업시간도 단축하는 조례를 제정한다면 연초에 벌어졌던 각 지역의 소송전이 재연될 것이다. 국회가 지자체와 유통업계 간 편가르기 싸움판으로 내몬 격이다. 앞서 자율협약을 중재한 정부도 이런 점을 우려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래시장과 골목상권의 딱한 사정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대형업계를 억압한다고 해서 딱히 재래시장이 되살아날 것도 아니다. 국회가 진정으로 그들을 생각한다면 경쟁력을 스스로 키울 수 있는 정교한 정책개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정답이다.
지경위를 통과한 법안은 앞으로 법사위 심사와 전체회의를 거쳐야 최종 확정된다. 국회는 유통업계의 자율협약 정신을 존중해 법안 통과를 저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