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중기 살아나나..] 중기 체감경기 양극화 심화

중소기업의 자금수요는 살아나고 있으나 실제 자금확보는 업종별로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은 28일 우수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이 올들어 빠르게 증가하고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도 확대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현지 산업현장을 취재한 결과 창업단계에 있는 업체나 아직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업종의 기업들은 자금과 투자면에서 지난해와 큰 차이를 못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반월공단에 있는 난방용품 생산업체 M사는 수출이 지난해에 비해 10% 늘어나면서 자금에 여유가 있는 회사다. 하지만 이업체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제발 돈을 가져다 쓰라』는 은행들의 성화에 시달리고 있다. K이사는 『은행들이 필요없는데도 계속 대출을 해주겠다고 요구를 해와 아주 귀찮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최초로 이공천공제본기를 개발했던 에스피씨의 이순택(李淳澤)사장은 최근 경매로 낙찰받은 공장 매입자금을 빌리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직원이 너무 쉽게 응해주는 탓에 오히려 이상한 느낌이 들 정도라고 밝혔다. 이전같으면 담보가 모자란다느니 실적이 많지 않아 어렵다느니 하는 핑계를 늘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 대출상담을 하자 창구직원이 『돈은 언제든지 빌려줄 수 있으니 서류가 준비되는 대로 와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격세지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자금사정이 나아지자 설비투자도 확대되고 있다. 에스피씨의 李사장은 『협력업체의 경우 올들어 대부분 생산확대를 위해 신규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압장치업체인 K사의 한관계자도 『올해 매출호조에 힘입어 대부분의 부품업체들이 투자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자금확보와 투자확대가 모든 중소기업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은행이 대출을 수출기업이나 수익성이 있는 업체에 대해서는 쉽게 돈을 빌려주지만 이제 겨우 창업을 한 업체나 불황업종에 종사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자금을 빌리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하소연이다. 남동공단에 있는 S기업. 지난해 4월 안전의자 제조업체로 창업한 이회사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정책자금을 추천받았지만 아직까지 은행에서 돈을 받지 못해 자금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C사장은 『은행에서 창업기업이라고 무척 까다롭게 군다』며 『자금사정이 좋아졌다는 얘기는 나와는 상관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사무용 제품을 생산하는 또다른 S사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설비확장을 위한 운전자금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에 갔으나 『아직까지 실적이 미미하다』는 확인만을 받았을 뿐이다. L사장은 『수요가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어 지난해에 못했던 설비투자를 올해 할 생각이었는데 자금확보가 여의치 않아 또 연기해야 할 모양』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특히 건설관련 업체들은 현재 경기에 대해서도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느낌을 아직까지 피부로 못느끼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전자, 반도체등 우리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업종들』이라고 말해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기협중앙회의 한관계자는 『자금실태조사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아직까지는 자금사정이 곤란하다는 업체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하고 『은행들이 금리인하경쟁을 하는 등 자금사정이 나아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하반기에도 설비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업체가 조사대상의 절반에 가깝게 나오고 있어 경기가 완전한 회복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평가했다. /성장기업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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