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더블 클릭] 대통령의 유머


웃음만큼 유익한 것도 드물다. 얼굴 근육만 움직여 전력 질주할 때 3분의2에 달하는 칼로리를 소모하니 다이어트에 그만이고 통증 치료에도 활용된다. 긴장된 근육을 풀어줘 육체적·정신적 안정을 가져오기도 한다. 다른 동물에겐 없는 인간만이 지닌 행운이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웃음을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신이 내린 선물' 유머가 있으니까.


△대통령처럼 권위적일 것 같은 이가 던지는 센스 넘치는 농담은 효과 만점이다. 1981년 저격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수술실을 나온 후 부인 낸시에게 "고개를 숙이는 걸 깜빡했어. 그런데 가게(백악관)는 누가 보지?"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비상상황에서도 국민을 안정시키려는 리더십이 물씬 묻어난 한마디였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도 그에 뒤지지 않는 위트맨. 하원의원에 출마할 당시 상대 후보가 "천당 가고 싶지 않냐"고 묻자 "나는 천당에 가는 것도 지옥에 가는 것도 모두 싫소. 의사당에 가고 싶소"라고 말해 청중의 폭소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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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도 재치 넘치는 대통령이 많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TV프로에 나와 자신이 사형선고를 받았을 때 아내가 "하나님 뜻에 따르겠다"고 기도하자 하늘에 대고 "자네는 왜 남의 가정사에 참견하나"라고 말한 일화를 소개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백담사에서 나온 후 "나를 쫓아낸 사람들이 미워 이를 갈았더니 이빨이 몽땅 못쓰게 됐다"고 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유머를 배우려 만담가로 통하는 민주정의당 중진의원을 가까이 두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만찬 때 했다는 '식인종 유머'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다. "식인종이 사람을 잡아와 다리를 먹었는데 의족이었다"는 내용. 일부는 이를 두고 야당과 안철수 신당을 향한 뼈 있는 농담 아니냐고 추론하는 모양이다. 웃자고 한 얘기에 꼭 이렇게까지 달려들 필요가 있을까. 유머를 유머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직성이 안타까울 뿐이다. /송영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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