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우크라 "겨울이 두려워"

러, 6월부터 가스 공급 끊어… 에너지 다이어트 사활

온수 못쓰고 공장 가동 제한

석탄 생산지역도 반군에 장악

에너지 위기 공포 날로 고조

러시아로부터 가스 공급이 중단된 우크라이나에서 겨울철 에너지 위기에 대한 공포가 날로 고조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우크라이나에서는 이탈리아 주방가전 업체 드롱기의 전기히터가 '대박' 상품이 됐다. 이 제품은 전기가 끊긴 상태에도 1시간가량 작동되는 절전형 난방기구다. 키예프의 한 가전용품 매장 관계자는 "제품 판매량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5배 급증했다"며 "전날 반입된 20개 상품 중 19개가 하루 만에 팔렸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겨울이 다가오면서 에너지 위기로 공황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 사회의 단면이다.


지난 6월부터 러시아로부터의 가스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겨울철에 대비한 '에너지 다이어트'에 사활을 걸었다. 정부가 중앙공급식으로 각 아파트에 제공하던 온수 공급도 끊긴 상태다. 우크라이나의 많은 가정에서는 이미 찬물 샤워가 일상이 됐다. 연료 사용량이 많은 화학공장은 가동이 제한되고 있으며 학교의 겨울방학 기간을 늘리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전기가 끊길 것에 대비해 양초나 태양열 충전기 등을 구비했으며 도심 외곽지역 주민들은 땔감을 마련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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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석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도 에너지 위기를 더욱 키우는 요인이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반군과 정부군의 전투가 계속되면서 동부지역의 채굴 활동이 중단되고 철도를 이용한 석탄 운송에도 병목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군 대변인은 최근 "러시아가 지원하는 반군이 동부지역의 석탄 운송을 통제하기 위해 철로 요충지를 장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의 가장 큰 민간 화력발전소 중 하나는 석탄 부족으로 수일 내 발전소가 멈출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드미트리 마루니치 우크라이나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친러 반군이 석탄 생산지인 동부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끊었던 2006년이나 2009년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시시각각 상황이 나빠지는 가운데서도 양국 관계는 꼬여만 가고 있다. 지난달 러시아·우크라이나·유럽연합(EU) 대표들 간 3자회담에서 가스 공급 중단 사태 해결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지만 이날 우크라이나 국영 가스기업 '나프토가스'가 러시아 국영기업인 '가스프롬'을 상대로 국제소송을 제기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얼어붙었다. 나프토가스는 러시아산 가스를 유럽으로 공급하는 가스관이 우크라이나를 경유하는 대가로 러시아에 부과하는 통과 수수료 산정기준 등 계약 내용을 바꿀 것을 요구하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독일·프랑스 등 4개국 정상이 17일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페트로 포로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 간 양자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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