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여의도 산책/7월 24일] 정치권은 민심을 읽어라

정국이 위기로 치달아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정치 지도자는 위기상황일수록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번 위기의 발단은 국회의장 직권상정으로 한나라당이 미디어 관련법을 강행 처리하자 민주당이 원천무효라며 투쟁에 나섰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국회 본회의장 안팎에서 벌어진 국회의원과 보좌진의 모습은 적과 아군 간의 욕설과 몸싸움으로 대결하는 아수라장이었다. 이들이 선진국을 지향하는 국민 대표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유명 정치인이 그렇게 많이 몰려 있는데도 정치력은 간데없고 물리력이 판치는 정치현실을 바라보면서 취재 현장에 있는 것이 몹시 부끄러웠다. 갈등 조장 행위는 민심에 역행
국회는 몸싸움 속에 신문법과 방송법,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사업법 등 미디어 관련 3개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을 통과시켰다. 민주당은 방송법의 경우 재석의원 정족수인 148명에 미치지 못하자 다시 표결을 실시해 통과시킨 것을 “국회법 위반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단식농성 중인 정세균(SK) 민주당 대표와 이강래 원내대표는 의원직 사퇴의사를 거듭 밝혔다. 나머지 의원들은 총사퇴 문제를 지도부에 일임했다. 정 대표는 23일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지지를 획득하는 노력과 함께 언론악법을 무효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반면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과반수가 넘는 의석을 차지하고도 자주 야당에 밀렸으나 앞으로는 주도권을 잡고 국정운영에 임하겠다는 입장이다. 청와대의 한 핵심관계자는 “미디어법은 여야가 6월 국회에서 표결 처리하기로 국민과 약속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는 “이제 민생 해결에 전력을 기울이자”고 역설했다. 이명박(MB) 대통령은 머지않아 청와대와 내각의 인적 쇄신에 이어 국정쇄신을 통한 ‘근원적인 처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경제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다. 누구보다 정치권이 국민화합과 경제난국 극복에 적극 앞장서야 한다. 요즘 국민들의 삶은 무더위와 경제불황 속에 고달프다. 극단적인 방법으로 갈등을 조장하는 정치행위는 민심에 역행한다. 극심한 분열과 대립은 대한민국을 선진국 진입 문턱에서 파국으로 몰아갈 수 있다. 지나친 사회갈등은 사회적 합의를 어렵게 만들며 이익집단 간의 불필요한 경쟁을 유발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한국의 사회갈등과 경제적 비용’이라는 보고서에 의하면 한국은 27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네번째로 사회갈등이 심한 국가다. 또 사회갈등으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의 27%를 비용으로 지불하고 있다. 박준 삼경연 수석연구원은 사회갈등 완화 방안에 대해 “갈등관리 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며 배려와 관용정신에 기초한 합리적 토론이 중심이 되도록 민주주의를 향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정부의 정책수행능력과 관련, “법치주의의 고도화로 갈등 유발을 억제하고 규제와 조정 등 행정 서비스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포용·절제 바탕 대안 모색을
정치권은 주어진 현실을 냉정히 인식해야 한다. 정치 지도자는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희망을 줄 때 설 자리가 있다. 국민들이 정치인을 비난하고 걱정하고 있으니 매우 안타깝다. 정치인은 외화를 벌기 위해 중동과 아프리카 등 오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설근로자와 세일즈맨의 심정을 깊이 헤아려봤으면 한다. MB와 한나라당 지도부는 상대에 대한 포용과 겸손을, SK와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이라는 한계적 현실인정과 절제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대안 모색에 나설 때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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