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를 대표하는 한국노총과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총은 매년 봄 각각 그해 '적정 임금인상률'을 발표한다. 노사 간 임단협을 앞두고 상대방에게 일종의 '엄포'를 놓기 위함이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례적으로 두 단체 모두 임금인상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계속되는 경제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사가 대립하기보다는 타협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5월30일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노사정 일자리 협약' 체결이라는 결과물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화해 분위기는 1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오고 말았다.
한국노총은 13일 제47차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올해 임금인상 요구율을 8.1%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임금인상 요구율은 한국노총이 마련한 '2014년 표준생계비'를 기초로 노동자 가구원 수,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산출한 것이다.
비정규직의 경우 전체 노동자보다 2배 이상 높은 17.8%로 임금인상 요구율을 정했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이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임금을 대폭 끌어올려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최저임금도 올해(5,210원)보다 17.9% 높은 6,139원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에 앞서 경총은 올해 적정 임금인상률을 2.3%로 제시했다. 이희범 경총 회장은 지난 12일 '제27회 전국 최고경영자 연찬회'에서 "올해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정년 60세 의무화,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경영에 큰 부담과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고려해 올해 임금인상은 2.3% 이내로 조정하고 이를 초과하는 기업은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3%는 국민 경제생산성 증가율(3.6%)에서 정기승급분(1.3%)을 뺀 수치다.
이날 이 회장은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임금피크제의 적정모델을 제시하기도 했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영계와 노동계가 하루 간격으로 경쟁하듯 격차가 꽤 나는 임금인상 요구율을 제시한 것은 지난해 화해 무드였던 노사관계가 다시 헝클어졌음을 의미할 뿐 아니라 올 임단협도 순탄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보여준다"며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노사 간 대타협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만큼 노동계와 경영계가 하루빨리 양보와 타협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