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선물시장 농락하는 외국계 기관 안 잡나 못 잡나

금융감독원이 코스피200 야간선물시장에서 외국계 기관투자가의 불공정거래를 포착해 내사에 나섰다고 한다. 야간선물시장에서 외국인 불공정거래 적발은 극히 이례적이다. 외국계 기관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자동매매인 알고리즘 기법을 이용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거래량을 늘려 일반투자자에게 왜곡된 정보를 준 뒤 보유물량을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100억원대의 부당이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물론 선물시장에서의 이 같은 매매가 불법이라고 명시돼 있지는 않다. 그러나 고의적 투자정보 왜곡으로 피해가 발생하면 불공정거래로 간주된다. 외국계 기관은 알고리즘 매매가 각종 리스크를 회피하는 선진 투자기법이라고 항변하고 있어 처벌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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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말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감독당국에 통보했지만 징계가 지연되면서 같은 수법으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여건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피지수 등락을 예측해 투자하는 선물시장의 특성상 특정 회사의 이익은 다른 투자자의 손실을 뜻한다. 감독당국은 불공정거래에 대해 징계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내부 의견이 엇갈려 보류했단다. 당국은 비슷한 처벌 사례가 없고 외국계 '큰손'을 징계하면 침체된 증권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결론을 못 냈다고 전해진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사실이라면 판단착오 또는 직무유기 중 하나에 해당한다.

막대한 돈이 오가는 증권시장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생명이다. 그렇지 않으면 게임의 룰을 지킨 애꿎은 투자자만 피해를 본다. 시장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다. 시세조종 등 일탈행위를 일벌백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당국의 능력부족이라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번 기회에 선진 금융기법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을 어지럽히는 해외 투기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감독당국은 한국 자본시장을 불법의 온상으로 전락시킬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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