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세법개정안 국회서 줄줄이 제동

농수산물 의제매입공제 등 반발 커지자<br>새누리 차등적용 요구… 정부선 수용 시사

정부가 마련한 세법개정안이 국회에서 줄줄이 발목을 잡히고 있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자영업자와 농민 등을 중심으로 집단반발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어 9월 정기국회에서 '중산층 증세'와 같은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벌써부터 좌초하는 개정안도 속출하고 있다. 영세 자영업자의 세 부담을 높인다는 지적을 받아왔던 '농수산물 의제매입공제한도'는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로 정리됐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의제매입공제의 경우 영세 음식점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장치를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농수산물 의제매입공제는 식당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가 농수산물 식재료를 구매할 때 일정 비율만큼 부가가치세(세율 10%)를 환급해주는 제도다. 본래 농수산물은 부가세가 면제돼 매입세액이 없지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구입액 중 일부를 매입세액으로 판단해 매출세액에서 공제해주게 된다.

당초 정부는 내년부터 매출액의 30%에 해당하는 매입액만 공제를 허용할 방침이었으나 이 비율을 10~15%포인트가량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자영업자의 세금 부담은 감소하지만 제도 개선을 통해 최대 3,000억원의 세수를 확보하려던 정부의 계획은 물거품이 된다.


이에 앞서 김기현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현재 정부가 당의 요구에 따라 재조정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현실을 고려해 수용 가능한 합리적 기준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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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의장은 "당 정책위는 비과세ㆍ감면제도를 정비하면서 자영업자와 농민, 어려운 서민에게 돌아간 혜택을 기계적으로 축소하지 않도록 각별하게 배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매출 규모에 따라 공제한도를 차등적용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기부 의욕을 꺾는다는 지적을 받았던 관련 법률 개정안도 일부 칼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올 초 조세제한특례법을 고쳐 지정기부금의 소득공제한도를 소득의 30%에서 최대 2,500만원으로 대폭 줄였는데 이번 개정안에서는 기부금의 15%만 세금에서 깎아주는 세액공제 방식으로 바꿨다. 당장 올해부터 기부금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나성린 새누리당 정책위 부의장은 최근 연말정산 특별공제 종합한도(2,500만원)에서 지정기부금을 제외하는 방안을 담은 조특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사실상 개정안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내용"이라고 말했다.

국회뿐 아니라 정부 내부에서도 세법개정안에 대한 불만이 커 불씨가 될 소지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연수입 10억원 이상 작물재배업자에 대한 소득세 과세'다. 기재부는 오는 2015년부터 연수입 10억원 이상의 부농에게 소득세를 매기기로 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 등에서는 "일부 농민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농사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수산물 의제매입공제한도에 대해서도 "식당업자들이 저렴한 농산물만 구입해 농업계에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일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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