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수인가, 꼼수인가.'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대우채 환매와 신용카드 사태 등을 거치면서 항상 비슷한 수단을 꺼냈다. 바로 '기금조성'이다. 저축은행의 추가 퇴출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결국 다시 꺼낸 카드는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기금', 즉 '금융안정기금'이다. 금안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제정됐다. 위기재발시 금융기관의 자금경색에 대비하기 위한 안전판으로 도입됐으나 실제 조성된 적은 없다. 당국은 채권발행을 통해 금안기금을 조성한 뒤 자본확충이 필요한 저축은행에 지원해줄 방침이다. 대상은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아닌 BIS 비율 5% 이상 저축은행이다. 채권을 발행해 저축은행의 상환우선주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경영진단 이후 멀쩡한 저축은행까지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시나리오를 막기 위한 안전판이다. 금안기금은 법적으로 엄연한 공적자금이다. '공적자금관리특별법'에 공적자금의 하나로 명시돼 있다.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의 공적자금과는 다르다. 당국은 채권을 '무보증'으로 발행할 계획이다. 정부 '보증'이 들어가면 세금을 투입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피하기 위한 '꼼수'다. "형식적으로는 공적자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공적자금이 아니다"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책금융공사가 채권을 발행하는 만큼 최악의 경우 금안기금이 투입된 저축은행이 무너지면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실효성도 의문이다. '부실'이라는 낙인을 두려워하는 저축은행이 '금안기금'을 순순히 쓸리 만무하다. 규모는 경영진단 결과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3월 말 현재 저축은행 업계의 총자산은 74조원, 자본금은 5조원 안팎. 최악의 경우 모든 저축은행의 BIS 비율을 1~2%씩 높이려면 1조~2조원의 돈이 소요된다. 부실 저축은행 정리를 위한 공적자금은 '저축은행 특별계정'으로 조성된다. 현재 특별계정은 저축은행 예금보험료 전액과 은행ㆍ보험 등 타 업권 예금보험료 45%로 구성돼 있다. 매년 7,100억원씩 들어온다. 예보는 이 돈으로 최대 15조원을 차입해 쓸 수 있다. 금융당국과 국회는 여기에 공적자금 성격인 '정부출연금'을 추가 투입하기로 올해 초 합의했다. 특별계정 차입한도 15조원 가운데 4조8,000억원을 썼다. 남은 7개 저축은행 매각 과정에서 2조~3조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캠코 구조조정 기금도 남아 있다. 당국은 올해 초 국회에서 금융권 구조조정 기금 4조5,000억원을 승인 받았다. 1조4,000억원은 상반기 저축은행 부실 PF 채권 매입을 위해 사용됐다. 결론적으로 하반기 구조조정 과정에서 최악의 경우 5억~6억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