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청결·불안·집착 등 증세 다양<br>완치 확신 갖고 약물·상담 등 적극적 치료를
| 무언가 늘 불안해 하거나 불필요한 행동에 집착한다면‘강박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강박증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한 직장인이 정신과 전문의에게서 강박증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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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빙 앤 조이] '강박증' 머리속에 지우개가 있었으면…
과도한 청결·불안·집착 등 증세 다양완치 확신 갖고 약물·상담 등 적극적 치료를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무언가 늘 불안해 하거나 불필요한 행동에 집착한다면‘강박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강박증은 적절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로 호전될 수 있는 정신질환이다. 한 직장인이 정신과 전문의에게서 강박증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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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자 사는 직장인 최정식(32ㆍ가명)씨는 집에서 외출할 때면 몇번씩 들락날락 하곤 한다. 가스를 제대로 잠갔는지, 목욕탕의 샤워기는 껐는지 몇번씩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래도 늘 뭔가 문단속을 완벽히 못한 듯한 불안감에 시달리며 일부러 서둘러 귀가할 때도 종종 있다.
#2 김모(25)씨는 담배를 피울 때 손에 불이 옮겨 붙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늘 불안하다. 이 때문에 손을 자주 씻고 하루에도 몇 번씩 샤워를 한다. 담배를 피운 뒤 손으로 만진 물건은 깨끗하게 닦아야 안심이 된다. 주위에 오염된 물건이 방치돼 있으면 잠시도 못참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화를 내 가족ㆍ동료들과도 얼굴을 붉히기 일쑤다. 주변의 권유로 병원에 갔더니 ‘강박증’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이런 강박증 증상을 가진 사람들을 의외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스스로를 강박증 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강박증이란 원치 않는데도 마음 속에 어떤 생각ㆍ장면 혹은 충동이 반복적으로 떠올라 불안을 느끼며(강박생각) 이를 없애기 위해 일정한 행동(강박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보통 인구 100명당 2~3명 정도가 이런 증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국토가 작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경쟁이 치열한 사회적 분위기 때문에 강박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권준수 서울대병원 정신과 교수는 “한국에서는 입시ㆍ취업 경쟁이 치열하고 ‘빨리빨리 문화’가 만연돼 있어 강박적인 성격이 되도록 강요받는다”며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고 더 잘해야겠다는 압박감으로 인해 늘 정신적으로 긴장돼 있고 무언가에 집착하게 되며 초조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강박증이 있더라도 ‘내 성격이 빈틈없고 완벽하다’고 여길 뿐 병으로 생각하고 치료를 받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다. 반대로 이런 증상을 수치스럽게 여겨 치료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권 교수는 “강박증 환자들은 이런 증상을 가진데 대해 창피하다고 생각하며 심지어 죄책감까지 느낄 수 있다”며 “주위에서도 눈치채지 못해 치료시기를 놓쳐 만성적인 고통을 감내하고 사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고 지적했다.
◇ 강박증상 '이모저모'
강박증상은 사람마다 매우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몇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과도하게 청결에 신경쓰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더러워지는 것, 병균이 옮겨져 감염되는 것에 대한 공포로 인해 지나치게 씻거나 물건을 반복적으로 닦게 된다.
또 문이 잘 잠겼는지, 가스불이 꺼졌는지, 안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반복적으로 하게 된다. 물건을 꼭 제 자리에 놓아둬야 안심이 되거나 대칭으로 맞춰놓는 습관이 있으며 무가치한 것도 버리지 못하고 무작정 모아두는 행동도 강박증을 의심케 한다.
또한 ‘좋지 않은 일이 생기지 않았다’는 것을 다른 사람을 통해 반복적으로 확인해야 안심이 되고 보도블록의 금을 밟지 않는다든지 의미없는 소리ㆍ단어ㆍ숫자에 자신만의 특정한 의미를 부여해 반복하거나 피하는 행동을 하는 등 근거없는 사실에 대한 믿음이 지나친 경우도 강박증을 의심할 수 있다.
◇ 약물ㆍ인지행동치료 병행
뇌의 전두엽 부위 기능이 과도하게 증가돼 있거나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감소하면 강박증을 초래할 수 있다. 증상에 따라 항우울제 등의 약물치료와 심리상담ㆍ인지행동치료를 받게 된다.
약물은 세로토닌의 기능을 증가시키며 인지행동 치료는 잘못된 생각ㆍ행동을 바꾸는 훈련방법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과도하게 화를 낼 경우 항정신병약을 병행해 처방하기도 한다.
강박사고는 자꾸 억누르려고 하면 더 강하게 튀어 오른다. 불안하고 의심이 들더라도 그냥 둬야 한다. 떠오르는 강박적인 생각에 대해서는 너무 집착하거나 걱정하지 말고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 강박사고에 따라 나오는 강박행동은 단호하게 거부해야 한다. 반복적인 행동은 시간을 두고 조금씩 줄여가도록 한다.
권 교수는 “강박증을 치료하려면 ‘쓸데없는 행동은 이제 그만 해야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갖고 ‘꼭 낫겠다’는 신념과 노력이 필요하다. 또 여유를 갖고 가끔 틀에 박힌 일상생활에서 탈피할 수 있도록 가족여행 등을 하며 가족 간의 관심과 애정을 돈독히 하는 것도 증상 악화를 막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백기청 단국대병원 정신과 교수,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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