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40)는 지난 겨울 자신이 사는 미국 텍사스로 김대현(22ㆍ하이트)과 배상문(24ㆍ키움증권)을 차례로 불러들였다. 미국 무대 진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벙커 샷 '특훈'을 시키고 현지 분위기를 체험하게 했다.
이 절친한 선후배들이 국내에서 양보 없는 우승 다툼을 벌인다. 무대는 20일부터 나흘 동안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코스(파72ㆍ7,274야드)에서 열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시즌 여섯번째 대회인 SK텔레콤오픈이다.
코리안투어와 원아시아투어 대회를 겸해 열리는 이 대회에는 미국프로골프(PGA)투에서 뛰는 최경주와 재미교포 나상욱(27ㆍ타이틀리스트)을 비롯해 일본에서 활약하고 있는 허석호(37), 김경태(24ㆍ신한금융그룹) 등 한국과 미국ㆍ일본의 간판급 한국 선수들이 기량을 겨룬다. 총상금 9억원에 우승상금만도 2억원에 달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팬들의 관심은 7개월 만에 다시 보는 '탱크 샷'에 쏠린다. 이 대회에서 지난 2003년과 2005년ㆍ2008년 등 세 차례나 정상에 올랐던 최경주는 2년 만의 우승컵 탈환을 노린다. 지난해 잠시 슬럼프를 겪었던 그는 올해 PGA투어에서 준우승 한 차례에 마스터스 공동 4위를 차지하고 최근 11개 대회 연속 컷을 통과하는 등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고 있다.
그러나 후배들의 거센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9일 끝난 GS칼텍스매경오픈에서 우승한 김대현의 기세가 매섭다. 시즌 상금랭킹 1위를 달리는 김대현은 내친 김에 2연승으로 첫 상금왕 등극의 토대를 든든히 하겠다는 각오다. 올 들어 한번도 톱10에 들지 못한 2007년 우승자 배상문도 상금왕 3연패 도전을 위한 분위기 반전을 꾀한다.
지난해 우승자 박상현(26ㆍ앙드레김골프)과 일본투어 상금랭킹 9위에 올라 있는 김경태, 올 시즌 1승씩을 거둔 강성훈(23ㆍ신한금융그룹)과 김도훈(20) 등도 우승후보로 손색이 없다. 나상욱도 2006년 한국오픈 이후 4년 만에 나서는 국내 대회에서 첫 우승에 욕심을 낸다.
1ㆍ2라운드 조편성도 흥미롭다. 최경주는 20일 오전7시36분 배상문ㆍ박상현과 최근 3년간의 우승자끼리 대결을 시작하고 쇼트게임의 명수 나상욱은 국내 최장타자 김대현과 한 조에서 맞붙는다. 매일 SBS골프채널(SBS는 1ㆍ4라운드)이 생중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