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세계의 사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

뉴욕타임스 5월27일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 전쟁이 악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단히 무신경한 것 같다. 이라크 전비법안이 미군의 철군 시한을 빼고 25일 의회에서 가결되자 부시 대통령은 마치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는 장군처럼 으스대고 있다. 승리의 환상을 좇아 젊은 피를 희생시켰다며 그를 비난한 민주당은 물론 대다수 국민들까지 무시해도 되는 양 행동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미 해안경비사관학교 졸업식 연설에서 “알카에다는 가장 나쁜 공공의 적”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라크 무장단체들은 분파적 분쟁을 일으키고 미국의 대이라크 지원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부시 대통령은 다음날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대테러전쟁으로 인한 미국 국민들의 지지율 하락에 대해 묻자 “알카에다는 우리 아이들에게 큰 위협”이라며 비난했다. 부시 대통령의 이러한 생각은 당혹스럽다. 대통령의 뒤떨어지는 현실 감각에 우리도 익숙해졌다. 그중에도 가장 걸리는 것은 이라크 전쟁에 대한 그의 인식이다. 그는 이라크 전쟁을 민주주의의 초입에 들어선 이라크와 미국이 함께 알카에다를 상대로 벌이는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이 시아파가 장악한 이라크 정부가 민주화되지 못하고 아직도 내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과 같다. 그의 이런 관점은 이라크 정부가 내전을 막고 진정한 민주화를 꾀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물론 철저히 조직화된 무장단체가 민주주의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이런 테러리스트들이 미국의 대이라크전 이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확실하다. 우리도 이라크 정국이 속히 안정돼 더 이상의 혼란 없이 미군이 철수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바라보는 현실은 이러한 바람을 더욱 요원하게 한다. 지금은 이라크 정부가 나서서 분쟁을 막고 정부의 통합을 이끌어내야 한다. 진정한 국가 안보는 미군을 철수시키고 알카에다와 싸우는 것이다. 이라크 전비법안에 대한 민주당의 정책과 의지가 모두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민주당이 포기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의 취지가 부시 대통령의 잘못한 인식과 끝없는 대테러전쟁보다 훨씬 더 타당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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