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연극·영화로 찾아온 프랑켄슈타인·드라큘라…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인가

● 연극 '프랑켄슈타인'

비닐 의상·랩으로 감긴 소품 등으로 일회용 같은 생명의 가치 표현 눈길

● 영화 '드라큘라'

영웅이지만 수많은 목숨 앗아간 공포정치 블러드 3세 모티브로



인간이 있는 곳엔 늘 괴물이 있었다. 머리에 뿔이 달린 전래동화 속 도깨비도, 머리카락 대신 수백 마리의 뱀을 달고 있는 그리스 신화 속 메두사도, 인간이 기록한 괴물은 흉측한 외모와 악한 행실로 사람을 해하곤 했다. 탐욕과 폭력, 쾌락 등 숨기고 싶은 인간의 모습이 하나둘 모여 '또 다른 존재'가 만들어졌고 배척의 대상이 됐다. 오랜 시간 '괴물'의 대명사로 여러 예술 작품의 단골 소재가 돼 온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괴물)'과 핏빛 어둠의 신사 '드라큘라'가 각각 연극과 영화로 찾아왔다. 괴물 같은 인간과, 인간 같은 괴물의 이야기는 또한번 관객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누가 인간이고 누가 괴물이냐고.

"아담은 신의 자랑거리였지만, 당신이 만든 난 악마였어." 탄생과 함께 창조주로부터 버림받은 생명체(박해수)는 '괴물'이라 불리며 마을을 떠돈다. 천재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율)의 이름 없는 피조물은 숲에서 만난 맹인 드 라쎄(정영주)에게서 말과 문학, 철학, 그리고 도덕을 배우며 인간에게 다가서지만 눈 뜬 사람들에게 그는 그저 흉측한 괴물일 뿐이다. 함께 할 짝을 바라던 피조물은 그러나 창조주의 변심으로 진정한 괴물이 된다. 빅터의 아내를 죽인 뒤 그는 외친다. "이제 나도 인간이다."

수차례 여러 장르로 재창작돼 온 작품이지만 피조물 역을 맡은 박해수의 연기와 실험적인 무대 연출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을 돋우기에 충분하다. 독특한 발음이 다소 낯설지만 박해수는 2시간 동안 인간의 진화를 보여주듯 걸음마부터 언어와 지식을 습득하는 성장의 과정을 몸으로 표현해낸다. 비닐을 활용한 의상과 랩으로 감긴 소품들은 일회용품처럼 절하된 인간과 생명의 가치를 형상화한다. 피조물의 정신적 어머니 드 라쎄와 빅터의 생물학적 어머니 마담 프랑켄슈타인을 한 배우가 연기하며 창조주와 피조물, 인간과 괴물의 동질성과 모성에 대한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전반부의 지루함은 아쉽다. 공연은 크게 90여분의 전반과 30분의 후반으로 구성된다. 전반은 성장하며 상처받은 피조물이 빅터를 찾아가 원망을 토해내는 내용을 그렸고, 후반은 피조물에게 '동반자를 만들어 주겠다'고 한 약속을 저버리는 빅터와 피조물의 본격적인 복수가 담겼다. 극 말미 30분의 이야기가 약속과 배반, 복수라는 나름의 발단~결말을 담고 있다 보니 앞의 90분은 따로 노는 프리퀄 같이 느껴진다. 복수는 이제 시작이다. 원작과 다른 결말은 신선한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 11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관련기사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검이 아니야.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괴물이지."

죄인이나 포로를 꼬챙이로 찔러 죽이는 공포정치를 펼쳐 '가시 공작 블러드(Vlad the Impaler)'라는 별칭까지 얻은 왈라키아 공국의 영주 블러드(루크 에반스 분)는 힘을 얻기 위해 찾아간 전설 속 악마가 '왜 그 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였나'고 묻자 이렇게 답한다. 이어 "세상은 영웅만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괴물도 필요로 한다. 난 백성과 가족을 구할 힘이 필요하다"며 악마의 피를 마시고 스스로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한다.

영화 '드라큘라'는 우리가 통상 알고 있는 흡혈귀의 이야기가 아니다. 초점을 맞추는 것은 1897년 출간된 브람 스토커의 소설이 모티브로 삼았던 루마니아의 실존 인물 블러드 3세다. 블러드 3세는 오스만 튀르크의 침략에 맞서 싸운 루마니아의 영웅이지만 수많은 이를 잔인하게 죽인 악행으로도 유명했다. 영화는 블러드 3세가 괴물 드라큘라로 변신하는 것이라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즉, 드라큘라라는 괴물의 탄생에 관한 서사인 셈이다.

한 나라의 영웅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한 이유로 영화가 제시한 것은 바로 가족이다. 충분히 이해할 법한 이유지만 서사의 미흡함으로 설득력이 약해졌다. 짧은 러닝타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 초반에는 훌륭한 군주와 가장으로서의 면모를 다 보이던 주인공이 끝에 가서는 아들을 위한 부성애만을 지나치게 드러냈던 점도 아쉬웠던 지점이다. 평범한 서사를 기존 할리우드의 흥행 공식에 그대로 끼워 맞췄다는 점에서는 다소 게으르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최근 할리우드의 슈퍼 히어로 영화에 익숙한 관객들이라면 동어반복의 지루함과 피로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영화는 8일 개봉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