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는 일단 넘겼다.' 기획재정부가 올해 1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섰다는 한국은행의 발표에 대해 정부의 예측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면서 경기가 바닥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조심스럽게 내다봤다. 다만 성급한 경기판단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윤증현(사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금융경영인 조찬강연을 마친 뒤 기자와 만나 "아직 예상한 것(수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면서 "긍정도 비관도 할 수 없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아주 미세한 수치(+0.1%)긴 하지만 전분기 대비 플러스로 돌아선 것은 긍정적인 시그널"이라고 덧붙였다. 재정부의 또 다른 관계자도 "0.1을 플러스로 보기도 애매하지만 더 이상 나빠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도한다"며 "전기 대비로 지속적으로 상승해 올 4ㆍ4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GDP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재정부는 추경 편성시 전기 대비 올해 경제성장률을 1ㆍ4분기 0%, 2ㆍ4분기 0.7%, 3ㆍ4분기 1.5%, 4ㆍ4분기 1.5%로 전망했다. 하지만 재정부는 선진국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추가 금융 불안 등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아직 국내 경기회복을 낙관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윤증현 장관은 이날 강연회에서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지표의 개선이 있으나 전세계적 동반침체가 이어지고 글로벌 금융침체 회복에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본격적으로 세계경제가 회복돼 우리 수출이 되살아나고 일자리ㆍ투자ㆍ소비가 늘어나야 비로소 경제위기가 끝났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전문가들도 급락을 방지하는 숫자가 나왔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며 정부와 유사한 시각을 나타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비관적으로 마이너스를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좋지만 반등 차원에서 보면 미약한 수치"라며 "지나친 비관이나 낙관을 논할 수 없는 현재 시장을 잘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생산 및 경기가 위축되는 속도가 둔화된 것으로 해석한다"며 "회복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며 당분간 횡보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계 투자은행 UBS는 1ㆍ4분기 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완만하게나마 상승세로 돌아선 것에 의미를 부여, 한국의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5.0%에서 -3.4%로 상향 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