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韓·中·日 바둑 영웅전] 12세의 안조영

제6보(70~77)



검토실 한구석에 앉아있던 필자는 입단 직전의 안조영을 생각했다. 인사동의 해봉빌딩. 필자는 3층에 사무실을 가지고 있었고 4층은 최규병 연구실이었다. 그 연구실에서 충암연구회가 열리곤 했다. 최규병과 양재호는 말하자면 훈련조교였고 이창호와 유창혁은 간판 스타였다. 입단 직전의 최명훈이 결사적인 자세(그는 곧 입단하지 못하면 연구생의 신분이 박탈될 위기에 있었음)로 연구에 몰두했고 유머가 넘치는 김승준은 자기 대마가 잡히면 고개를 홰홰 저으며 뇌까렸다. “이게 왜 죽었지? 뭐를 잘못 먹었나?” 그곳에 최규병이 이사오던 날은 몹시 추운 겨울이었다. 이창호와 유창혁이 이삿짐을 나르고 나서 얼음 섞인 물로 손을 씻었다. 4층을 우리는 비둘기집이라고 불렀다. 낮에 파고다공원에서 놀던 비둘기들이 밤이 되면 해봉빌딩 4층의 처마밑에 와서 잤던 것이다. 연구회가 열리면 가장 목소리가 큰 김성룡의 목소리는 3층까지 잘 들렸고 그의 목소리를 듣고 필자가 어슬렁어슬렁 4층에 올라가 연구회를 구경하곤 했는데 그 멤버 가운데 가장 어린 소년이 있었다. 12세의 안조영이었다. 눈이 반짝반짝 빛나는 영특하게 생긴 미소년 안조영. 그는 충암연구회의 마스코트 같은 존재였다. 6학년이었던 안조영은 해봉빌딩에 드나들면서 중학생이 되었다. 백76을 보고 김성룡이 말했다. “이세돌도 많이 노련해졌어요. 잡으러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 텐데” 백76으로 참고도의 백1에 씌워버리면 어떻게 될까. 흑이 2 이하 10으로 역습하는 수가 있어서 도리어 백이 곤란에 빠진다. 백76으로 사전공작을 한 것은 정수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