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최모(61)씨는 아들로부터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를 외국인 관광객들의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귀가 솔깃해졌다. 아들이 독립한 후 남는 방 하나를 도시민박으로 등록한 뒤 임대하는 방식이다. 용돈 벌이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한 최모씨는 아들 방의 도배를 다시 하는 한편 간단한 영어회화 공부도 함께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 등 쇼핑 장소로 서울 잠실 일대가 부각되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자 송파구 내에서 임대사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아파트나 단독·다가구주택의 남는 방을 외국인에게 빌려주는 도시민박업 문의가 늘고 방이동 일대 모텔들은 속속 관광호텔로 리모델링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29일 송파구청에 따르면 12월 현재 송파구 일대에서 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한 곳은 42곳이다. 도시민박업은 집주인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 연면적 230㎡ 미만의 아파트,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을 거주지 관할구청에 신고하고 외국인 게스트하우스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송파구 국제관광담당관 관계자는 "1년에 한 번씩 내야 하는 도시민박업 면허세가 연말마다 부과되기 때문에 12월이 아닌 내년 1월에 등록하려고 준비 중인 사람들이 많다"며 "내년 초 신청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달 5일 송파구청에서 진행한 도시민박업 사업설명회에는 당초 예상한 100명의 4배인 400여명의 주민들이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숙박공유 사이트인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송파구 일대 숙소 숫자가 70여곳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도시민박으로 등록할 수 없는 오피스텔을 사들이거나 임차해 외국인 여행객에게 재임대하는 사례도 상당수인 것으로 추산된다.
외국인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단기 임대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송파구를 방문하는 관광객에 비해 숙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송파구 방문 외국인은 매년 10~20%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호텔은 총 8곳 1,094실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방이동 먹자골목에 위치한 60여개의 모텔 중 외국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리모델링에 나서는 곳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외국인 관광객의 대부분을 끌어들이고 있는 제2롯데월드가 잇따른 안전 논란을 빚고 있어 관광객 추이와 수익성을 잘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송파구 S공인 대표는 "제2롯데월드 방문객이 요새 확 줄어서 주변 상권에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남는 방을 활용해서 임대업을 하더라도 초기 투자비용이 드는 만큼 관광객들이 계속 찾아와줄지 제대로 분석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