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노조의 장기 파업으로 생산차질액이 1조원을 넘어서고 수출 선적이 중단되는 등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정몽구 회장의 구속으로 장기간의 경영 공백이 생기면서 주요 의사결정이 중단되는 등 피해를 본 데 이어 이번에는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생산과 수출 차질은 물론 국내외 고객들의 신뢰 추락 등 금액으로 환산할 수 없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더구나 노조의 파업은 현대자동차 뿐 아니라 기아차와 GM대우, 쌍용차 등 완성차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어 국내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끝장' = 20일로 파업 돌입 17일째를 맞은 현대차 노조의 부분파업은 물리적인 생산 차질 규모만 7만4천611대, 총 1조306억원에 달해 1조원을 돌파했다.
이같은 손실규모는 작년 임단협 관련 파업으로 발생한 손실 규모(5천795억원)의2배를 넘는 수준이며, 2004년의 파업에 따른 손실규모(2천631억원)와 비교하면 약 5배에 달하는 규모다
이대로라면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관련 파업중 생산차질 규모가 가장 컸던 2003년(1조3천106억원)을 조만간 넘어서 사상 최대규모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뿐 아니라 전국 377개의 1차 협력업체들이 입은 손실만도 6천100억원으로 추산됐으며 4천300여개에 달하는 2차 협력업체의 피해까지 합하면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써 현대차 노조는 1987년 설립 이후 19년째 파업을 지속해오면서 누적 파업 일수가 1년에 육박하고 누적 매출손실은 10조원, 생산차질 대수는 100만대를 각각 넘어섰다.
급기야 현대차는 생산 물량 부족으로 수출할 물량을 채우지 못해 19일부터 수출용 차량의 선적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현대차는 오는 23일까지 선적 계획을 전면 중단키로 했으며 자동차 전용선의 울산공장 수출전용부두 입항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는 외형적인 생산차질에 따른 손실 규모만을 산정한 것이며, 국내외계약 고객들의 신뢰 하락과 해외 딜러들의 동요나 이탈, 글로벌 신인도 저하 등 무형의 손실까지 감안하면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는 추산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의엄청난 규모로 불어나게 된다.
실제로 최근 출시된 신형 아반떼의 경우 노조의 파업으로 차량 인도가 늦어지면서 고객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어 고객 이탈 현상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공급 물량 차질이나 수출 선적 중단이 장기화되면 해외 딜러들의 불만이커지면서 수출 공급망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 딜러들이 2-3개월치의 자체 재고를 갖고 있어 아직은 버틸 수 있는 상황이지만 파업이 장기화돼 딜러들이 이탈하면 나중에는 수출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구나 현대차는 투싼이 JD파워의 품질조사에서 1위를 차지하고 아제라(그랜저)가 대형차부문 만족도 1위에 오르는 등 해외 시장에서 품질을 인정받으며 이제 막도약을 시작하려는 시점이어서 노조의 파업이 경쟁력 제고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전망도 '시계 제로' = 현대자동차 노조가 이날부터 파업의 수위를 낮추면서협상에 집중한다는 입장을 보여 노사가 타협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그동안 6시간 부분파업과 야간조 전면파업에서 벗어나 주.야간조각각 4시간의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했다.
그러나 지난 11일 회사 측이 제시한 타협안이 거부된 이후 양측이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데다, 기아차와 GM대우, 쌍용차 노조가 파업 대열에 속속 동참하고 있어 향후 조속한 사태의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대차를 제외한 여타 업체 노조의 파업은 아직 초기 국면인데다 부분 파업이긴하지만, 이들 업체의 노사간 협상도 역시 별다른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처럼 자동차 업계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 생산차질이 확대되고 손실규모가커져 국내 자동차 산업 전체의 경쟁력이 추락할 것으로 우려된다.
제너럴모터스(GM)와 르노-닛산의 3각 연대 구축 협상에서 드러나듯이 글로벌 무대의 경쟁업체들은 경쟁력 제고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상황에서 국내업체들은 노조의 파업으로 발목이 잡힌다면 영원한 '2류'로 전락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장기화될 수록 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면서 "노사간 협상으로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